‘훙샹 불법거래’ 단둥 현지선 오래 된 의혹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랴오닝 훙샹그룹이 지난해 5월 평양 봄철 국제상품박람회와 지난해 10월 단둥 조중상품전람 교역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훙샹그룹의 박람회 및 교역회 부스 전경.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랴오닝 훙샹그룹이 지난해 5월 평양 봄철 국제상품박람회와 지난해 10월 단둥 조중상품전람 교역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훙샹그룹의 박람회 및 교역회 부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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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대량살상 무기 관련 물자를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단둥의 훙샹기업집단과 조선광선은행이 오랜 기간 밀착관계였다는 미국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단둥 현지의 대북소식통들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핵물질 원료를 수출하는 등 각종 불법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훙샹집단이 조선광선은행을 통해 북한과 불법적인 무역거래를 하고 돈세탁까지 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자 단둥의 대북무역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 같은 정황을 눈치채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대북무역에 종사하는 단둥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 훙샹집단이 조선광선은행을 통해 대규모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눈치채고 있었으나 워낙 비밀리에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거래품목이나 거래규모 등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이번 미국정부와 중국 사법당국의 조사로 그들의 밀착관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훙샹 집단은 처음에는 보잘것 없는 작은 회사였다"면서 "마샤홍 사장의 시어머니가 90년대 후반 설립한 작은 무역회사를 마샤홍이 물려받아 키운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단둥의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훙샹집단이 크게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발표된 남북공동성명에 따라 남북한 교역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터"라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의 햇볕정책으로 남한 기업인들이 단둥에 몰려와 북한과의 교역을 추진할 때 남북한 교역 물품의 80% 이상을 도맡아 중계한 훙샹이 급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 때부터 훙샹과 마샤홍 사장이 북한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라는 소문이 단둥 일대에 파다했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2000년 훙샹이 중국 선양에 있는 북한 소유 칠보산 호텔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투자한 것은 마 사장의 자의적인 투자가 아니라 북한이 강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억지로 투자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한편 훙샹집단과 연계하여 불법무역과 돈세탁을 한 것으로 밝혀진 조선광선은행 단둥 사무실은 이미 폐쇄되었으며 단둥 태양재부중심빌딩(太陽財富中心: SUN FORTUNE CENTER) 13층에 있던 사무실은 빈 공간으로 임대를 알리는 쪽지만 붙어있는 상태"라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조선광선은행은 사실상 중국 무역회사와 중국에 있는 북한 무역주재원들의 현금 수집 및 대북송금을 전담하는 창구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북송금의 중심창구로만 알려져 있을 뿐 대북송금 규모나 송금내역 등은 전혀 알려진 바 없어 현지 무역관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광선은행 단둥사무실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으며 이 사무실의 위치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비밀리에 운영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훙샹의 마샤홍 사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조선 광선은행 직원들도 일부 소환되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단둥 현지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둥현지의 한 무역소식통은 마샤홍 사장이 랴오닝성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 시키면서 "마샤홍은 중국 유력 정치인들과 친분을 쌓으며 북한과의 불법거래에 대해 보호를 받아 왔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훙샹에 대한 조사가 진전될 수록 마 사장과 검은 관계에 있던 공직자들이 줄줄이 드러 날 가능성이 커 훙샹과 조선광선은행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이라며 강한 의문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