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늦여름 수해와 고르지 못한 날씨 탓으로 인해 한반도 전체의 남새(채소)작황이 좋지 않아 남북한 모두가 배추 파동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국의 대책은 남북한이 너무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그 실태를 짚어봅니다.
김치가 빠진 밥상은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남북한 사람들의 공통된 식사습관입니다.
금년 여름의 큰물피해와 태풍 곤잘레스 등의 영향으로 남북한에서 모두 배추농사가 큰 타격을 입는 바람에 배추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한 채소가 되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부족한 배추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방법 이외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남한 정부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배추에 대해서 연말까지 관세를 면제하고 신속하게 통관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치솟는 배추 값 안정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배추장사로 한몫 보려는 남한의 농산물 수입업자들이 현금을 싸들고 다니며 중국 농촌의 배추밭을 누비고 있습니다. 때를 만난 중국 농민들이 배추 값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어 갈 길 바쁜 남한 수입업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한편 북한에서도 배추농사가 흉작이어서 배추 귀하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중국배추를 찾는 북한상인은 별로 눈에 띠지 않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북한 출신 화교 장 모 씨는 "조선에도 금년 배추농사가 아주 흉작인데 중국에서 조선으로 배추가 들어가는 것은 많지 않다"고 말합니다.
배추 살돈이 있으면 더 급한 식량을 구입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장 씨는 이어서 "그렇기는 해도 한번에 2~3톤 정도 소규모로 중국 배추가 조선으로 나가기는 한다." 면서 "이는 각 기업소가 운영하는 간부용 식당 등에서 들여가는 것이지 남조선처럼 일반 백성들을 위해 사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중국 단동의 또 다른 상인 조 모 씨는 "조선의 화물차 운전수들이 한번에 10포기 내지 20포기씩 배추 주문을 하는 바람에 아주 귀찮다"면서 "돈이 되지 않는 장사지만 어쩔 수 없이 포장을 해서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는 이렇게 나가는 배추는 "트럭 운전사 개인이 사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선 내부에서 힘센 간부들의 부탁을 받고 들여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출신화교 류 모씨는 "조선에서는 배추파동을 어떻게 극복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추보다도 더 급한 문제가 수두룩한데 남새부족을 신경 쓰는 사람이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모르긴 해도 중앙에서 혁명정신으로 자력갱생 하라고 하면 그걸로 끝나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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