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중국방문길에 사치품을 구입한 후 이를 중국에서 선물 받은 것처럼 위장해서 반입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가의 사치품 구입에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해드립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의 고위간부들 중에는 웬만한 부유층도 선뜻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사치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간부들이 귀국할 때는 고가의 물품을 중국 대방이 선물해준 것처럼 위장해서 들여감으로써 물품구입 자금의 출처에 대한 추궁을 피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중국방문에 나선 북한 손님들을 안내하느라 바쁘게 지냈다는 한 조선족 인사는 "북한의 한 간부가 한 벌에 2만 위안이 넘는 여성용 모피 코트를 일행들 몰래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선족 인사는 또 "북한 손님이 구입한 모피를 나에게 건네주며 자신들이 귀국할 때 일행들이 보는 앞에서 선물하는 것처럼 전해달라고 부탁하더라"면서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곧 그 이유를 알아챘다" 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출장 나온 북한사람이 무슨 돈으로 비싼 물건을 구매했는지 나중에라도 추궁 당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물로 위장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중국 단둥의 한국상품 전문점 주인도 "중국 부자들에게 판매하려고 들여온 5,000위안 짜리 화장실 비대기를 북한 손님들에게 줄 선물이라며 사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 은 실제로는 북한 손님들의 부탁을 받아 선물처럼 위장해서 대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귀띔했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내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간부들이 중국 출장 길에 고가의 물품을 구매한 사실이 빌미가 되어 국가 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고 이로 인해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돈이 있다고 눈치 없이 흥청망청 썼다간 하루아침에 간부에서 노동자 신세로 내려 앉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고가의 사치품을 선물 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중국의 유력한 대방과 친하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주변에 흘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인사와 친밀하다는 사실은 중국 출장 기회 때마다 출장자로 낙점 받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깁니다.
북한 인사의 요청으로 위장선물을 해준 중국측 인사들이 이 일로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증언한 조선족 인사는 "북한 간부들 중에는 위장선물 얘기를 듣고 누구에게는 선물을 주고 자기에게는 왜 안 주느냐고 대놓고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럴 경우 사실대로 얘기할 수도 없고 난처할 때가 많다"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제로 북한의 보위부로 추정되는 기관으로부터 어떤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선물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국제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이럴 때 말 잘못했다간 북한의 대방이 큰 고초를 겪기 때문에 선물 얘기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