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중국에 파견한 무역일꾼들이 북-중 간의 밀무역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밀무역을 하고 있다고 밝힌 조선족 이모 씨는 최근 "규모가 좀 되는 변경무역은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조선 무역대표와 동업을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며 북-중간 밀무역 실태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중국의 밀무역 업자는 중국 내 판로를 확보하고 북한 무역일꾼은 자신이 소속된 북한 내 무역회사를 통해서 중국에 내다 팔 물건을 수집해서 중국 측에 넘기는 역할을 각각 분담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중국 측 밀무역업자는 개인차원의 불법 무역이지만 북한 측 동업자는 국가 무역기관에 소속된 요원이라는 점에서 같은 밀무역이라도 참가자의 신분이 전혀 다르다는 얘깁니다.
중국에 들여오기만 하면 판로가 보장되고 이익이 많이 나는데도 정상적인 무역으로는 검역과 통관이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발생하는 북한산 약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밀수품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의 밀무역업자가 북한 무역기관의 일꾼들과 손을 잡고 함께 밀무역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들어 북한 경비대가 밀무역 단속을 대폭 강화한 현상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무역일꾼과 손잡고 밀무역을 하면 북한 측 요원이 소속된 북한회사가 전면에 나서기 때문에 북한 국경경비대의 밀수 단속을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 같은 밀무역 과정에서 북한 무역회사 요원들이 중국 측 밀무역 업자와 업무협의를 위해 사용하는 불법 중국 휴대폰 역시 북한당국의 단속을 전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무역일꾼들과 동업형태로 밀무역을 하고 있다는 또 다른 중국의 무역업자는 "조선 무역 대표들은 밀무역 과정에서 대부분 중국 휴대폰만을 사용한다"면서 "우리들과 전화통화가 필요한 때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불법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보안당국의 단속을 피해 장소를 옮겨 가며 잠깐 동안 통화를 하고 전화를 바로 꺼 버리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얘깁니다.
일반주민들의 중국 휴대폰 사용과 생계를 위한 소규모 변경 밀수에 대해서는 엄한 단속과 혹독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 북한당국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밀무역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정권의 이중성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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