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에서 '무역 대표'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요즘들어 점심값을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주재 북한 무역주재원들 사정에 밝은 중국의 한 대북 무역 업자는 "요즘 점심시간에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국수집에 가보면 북조선 무역주재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1년 전만해도 이런 광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들이 주로 시켜먹는 국수는 8위안 정도로 중국서민들의 입맛에는 맞지만 양념의 향이 짙어 조선 사람 입맛에는 맞지 않는 싸구려 음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원래 조선 무역주재원들은 중국 대방들을 초청해 고급식당에서 식사대접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식사대접은 고사하고 자신의 점심식사도 집에 가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조-중 간에 한창 무역거래가 활발할 때는 무역주재원들이 중국 대방들을 고급식당에 초청해 접대하느라 경쟁을 벌이곤 했다"면서 "요즘 조선과 중국 간의 무역거래가 급감하다 보니 수입원이 사라진 주재원들은 8원짜리 국수로 점심을 때워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 은행들이 조선사람들의 은행계좌를 폐쇄한 것이 무역주재원들의 활동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알고 지내는 중국인들에게 수수료를 줘가면서 차명계좌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중국은행이 철저하게 확인하는 바람에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차명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려 하면 은행에서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휴대폰 심(Shim) 카드도 함께 요구하는데 이는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폰뱅킹으로 계좌 이체 등이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절차 때문에 차명계좌 개설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중국과 북조선의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북조선 사람들을 대하는 중국인들의 태도 역시 과거와는 딴 판이라 북조선 무역일꾼이 함부로 차명계좌 개설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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