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 주재 무역일꾼 감시체계 강화

앵커: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보위부 요원들을 중국에 대거 증파한 가운데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일꾼들에 대한 상호 감시체계를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의 무역일꾼들이 장성택부장 처형 이후 북한으로 대거 소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머지 주재원들도 숨죽인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주재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보위부 요원들이 중국에 증파되고 주재원들 간에도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는 새로운 감시망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단둥에서 대북 무역을 하고 있는 조선족 이모 씨는 최근 이 같은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하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선무역대표들이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극도로 언행에 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이전에도 보위부 요원들이 이들의 활동을 감시하고는 있었지만 주재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서 "그런데 최근엔 주재원들끼리 감시대상자를 지정해주고 감시 활동내용을 수시로 보고하도록 하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로 인해 주재원들은 한국상품 판매점이나 남한 사람들이 많이 가는식당이나 찻집의 출입도 자제하고 있으며 각자 집안에 설치해놓은 한국 텔레비전 위성방송 수신장치도 모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들 주재원들이 본국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전화를 받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면서 "혹시라도 본국(조선)으로 들어오라는 소환지시일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의 공관에서는 수시로 이들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을 소집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교육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장성택 부장 처형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이들의 이탈을 우려한 달래기 차원의 혁명화 교육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무역주재원들과 거래를 하는 중국 측 대방들도 새로운 상거래를 뒤로 미루는 등 사업에 지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제 이들이 본국의 소환명령을 받고 귀국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한편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사업차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의 사업자들이 북한에서의 사업추진이 원활치 않아 당초 계획된 일정을 접고 서둘러 귀국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