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외화벌이 일꾼들이 본국에 송금해야 할 연간사업 목표금액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핏 보기엔 무역일꾼들이 목표금액의 굴레에서 벗어난 듯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깁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내년부터 해외주재 무역일꾼들간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한 변경도시에 주재하는 북한 외화벌이 무역일꾼 이 모 씨는 "내년부터는 사업목표금액을 강제로 부여하지 않고 알아서 양심껏 하라는 지침이 하달되었다"고 27일 자유아시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뜻 듣기에는 목표금액을 강제로 할당하던 것보다 무역주재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 주려는 제도로 보이지만 사실상 실적이 저조하면 임기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본국으로 소환 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이 담겨있는 조치"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는 또 "알아서 하라고 하지만 기존의 강제할당 금액보다 적게 본국에 송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본국송환을 당하지 않으려는 주재원들간의 실적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국에서도 무역일꾼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한 푼의 외화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무한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라는 게 이씨의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대북무역상은 "북한당국이 무역일꾼들간에 실적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목표금액 할당제를 폐지했다지만 주재원들이 서로 담합하면 무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또 다른 북한 무역주재원은 "보위부 요원들이 무역주재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감시하고 있는데다 만약 담합을 도모할 조짐이 있으면 누군가 이를 본국에 보고해 반당분자로 찍히기 때문에 담합 같은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해외에 파견된 북한 무역주재원들은 통상 임기가 3년이지만 실적에 따라 조기에 송환되거나 임기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아 해외무역주재원의 임기는 '고무줄 임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해외주재 북한무역일꾼들은 대개 2명이 한 조가 되어 대표와 부대표로 구분되어 있으나 이는 상호 감시체계를 위한 것일 뿐 사업활동이나 본국으로의 송금은 각각 따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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