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NK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담당하는 39호실 산하 무역회사들이 심각한 외화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다른 어떤 원인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이번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한 전문가 견해를 짚어보는 '집중 인터뷰'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 데이비드 맥스웰 (David Maxwell)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The Center for Security Studies) 부소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지난 3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 결의라 할 수 있는 2270호를 통과시켰고, 그 결과 북한이 외화벌이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가장 최근의 유엔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까?
맥스웰: 지금 시점에서 제재의 이행상황을 평가하긴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마피아 같은 집단으로까지 불리는 북한의 김씨 정권은 과거 교묘한 방법으로 제재를 피해왔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2270호는 아주 강력한 제재로 국제사회가 모두 잘 실천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최근 민수용과 군수용 양쪽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북한 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압니다. 이는 좋은 신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주 생존력이 강한 나라입니다. 고통을 받는 주민들의 등짝을 밟고라도 생존할 수 있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기자: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북한의 우방 중국의 동참이 큰 역할을 하는 것 아닙니까?
맥스웰: 현 단계에서 중국은 유엔 제재결의 2270호를 지지하고 실천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도 나지 않고 핵무기도 없으며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한반도 안정이 불안정해지는 걸 원치 않고, 이게 자국의 국익에 맞다고 봅니다. 따라서 향후 유엔 제재의 효과가 너무 좋아 김 씨 정권에 대한 이른바 '전략적 목조르기'(strategic strangulation)가 통해서 북한에 통제할 수 없는 불안정이 일어날 경우 중국은 더는 대북 제재를 지지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한반도 안정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일부에선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정한 주된 배경엔 미국이 한국에 추진 중인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배치를 중단시키려는 목적도 있다고 봅니다. 실제 그럴까요?
맥스웰: 분명 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반대하고, 따라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국 내 사드 의 배치를 막으려 할 것입니다. 중국이 그런 측면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했다고도 보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월 4차 핵실험을 하고 뒤이어 탄도미사일을 시험했을 때 박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행동자제를 위해 그다지 애쓰지 않았다고 보았을 겁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각별한 관계를 구축했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한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죠. 그런데 중국도 자신들이 한국의 대북노력에 그다지 지지를 보내지 못했다는 점, 나아가 한국에 대한 '구애 공세'(charm offensive)가 북한의 도발로 손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국이 단기적 차원에서 유엔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데는 그런 고려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기자: 최근 북한 노동당 리수용 부위원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했고, 리 부위원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만나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는데요?
맥스웰: 아직 속단은 이릅니다. 제가 볼 때 중국은 지금 북한과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한반도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북한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지만 지금 남북한 사이에서 팽팽한 외줄타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중국은 한편으론 한국과의 관계가 북한 때문에 손상됐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관계를 완전 단절하고 싶진 않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엔 동참하곤 있지만 북한이 도발행동을 바꾼다면 탈출구를 제공하고 싶어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이 리수용 부위원장과 만난 것은 중국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양측의 만남이 있은 뒤에도 중국이 북한에 이중용도의 물품 수출금지를 한 것을 보면 계속 북한에 대한 고삐를 쥐려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지금과 같은 대북제재만으론 북한의 도발행동을 바꾸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맥스웰: 물론 제재만으론 안 되지만 문제해결의 필수적인 방안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외교를 펼쳐야 한다,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혹은 북한이 언젠가는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말은 합니다. 하지만 결국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하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린 깨달아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주민에 상습적으로 자행되는 반인륜범죄를 종식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은 남북통일 뿐입니다. 오직 통일이 된 뒤에야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한 국민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선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해 데이브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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