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사법당국이 살인강도나 실종사건 같은 주민생활 안전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체제비판 사범을 수사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사법기관들이 주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본래의 임무를 제쳐두고 체제유지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체제에 반하는 불안요소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조사를 벌이면서 일반 강력사건은 수사도 하지 않고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지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20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청진시 수남구역 수성천 뚝(제방)에서 한 가족으로 보이는 시신 2구가 발견됐는데 사법당국이 이 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며칠 동안이나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어 인근주민들이 비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수성천 강뚝에서는 지난 12월에도 며칠 간격으로 굶어 죽거나 동사한 것으로 추측되는 시신 8구가 잇따라 발견됐지만 지역 사법당국은 신원확인절차도 없이 곧바로 시체를 매장해버려 주민들의 지탄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수성천은 청진시에서 가장 큰 장마당으로 꼽히는 '수남장마당'을 끼고 흐르는 강"이라면서 "수성천 주변에는 밤마다 집이 없는 꽃제비들이 여러 명씩 무리를 지어 비닐 움막을 만들어 은신하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진시 보안당국은 이미 오래전에 꽃제비들을 단속하기 위해 움막들을 철거하려 했지만 이들이 낮에는 거리와 장마당을 떠돌다 밤에만 강가의 모래웅덩이에 다시 모여 움막을 설치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이 움막들을 없애기는 어렵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예전부터 수성천에서는 굶어 죽거나 동사한 주민들의 시신이 종종 발견되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사법당국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의 원인을 조사해 밝히기보다는 재빨리 시신을 매장함으로써 사건을 덮어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일반 사망사건에는 아주 미온적인 사법당국이 최근 연이어 주민들의 필체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분위기로 봐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낙서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사법당국의 필체조사는 각 인민반별로 가구인원수에 따라 노동신문의 지면을 지정해주고 규격지(F4) 2장에 각자 글씨를 쓰도록 하는데 필체조사 대상에 학생들도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른들이 자신의 필체를 감추기 위해 아이들에게 대신 낙서를 쓰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풀이했습니다.
소식통은 "사법당국이 필체조사 이유를 밝히지 않아 주민들속에서는 온갖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의혹의 중심에는 김정은의 학력과 성격, 출신성분에 대한 의구심 뿐 아니라 김정은의 세습권력을 규탄하는 낙서로 인해 체제위기설까지 내포되어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아무리 인민대중 중심을 외쳐도 주민들의 생명과 관련된 사건들은 외면하고 체제와 관련된 수사는 끝도 없이 벌이는 사법당국의 행태에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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