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북한당국이 침체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 위안화 등 외화에 밀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자국화폐(북한돈)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3일 김천균 북한 조선중앙은행 총재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나라의 경제건설에서 제기되는 자금수요를 국내의 자금을 원활하게 회전시키는 방법으로 충족시켜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 인민생활 영역에서 카드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 나온 자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조선 돈 사용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선은 세계적으로 볼 때 자국의 화폐를 쓸 수 없는 유일한 곳"이라면서 "주민들의 생활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장마당은 물론이고 국영상점들조차 생필품에서 콩나물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북한화폐를 외면하고 중국인민폐만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2009년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의 여파로 조선 돈이 화폐로써의 가치를 잃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당국이 경제의 선순환을 목적으로 조선화폐의 유통을 위해 주민들에게 은행적금과 카드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2009년 화폐개혁 발표 이틀 후 전격 실시된 화폐교환의 경험으로 북한주민들은 국가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차라리 대동강에 던져 버리는 게 낫겠다"며 국가은행을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의 이번 결정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을 통한 개발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자 돈 많은 주민들의 재원을 국가가 회수해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 나온 또 다른 북한주민은 "지난 2002년에도 당국은 기업의 자율권과 임금인상을 보장한다면서 주민들이 보유한 화폐를 국가은행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금융개혁을 발표했지만 결국 주민들의 불신으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주민소식통은 "이후 2009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1대 100 화폐교환이라는 강제조치가 단행됐고 그 때까지 활발했던 시장(장마당)경제마저 큰 타격을 입게 되자 주민들 속에서 '은행에 적금하는 사람은 첫째가는 바보'라는 유행어가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외부적으로는 조선중앙은행과 조선무역은행의 건전한 금융권을 표방하고 있지만 국가금융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실정입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에서의 안전한 금융이란 당국의 실현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조치의 남발이 아니라 어떻게나 개인들이 미국의 달러화와 중국의 위안화를 자체적으로 잘 보유하느냐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