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회 중심계층은 돈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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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은 노동당원이 나라의 중심계층이라고 선전하지만, 주민들 속에선 장마당의 돈주들이 북한을 유지하는 기본계층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당과 행정기관은 물론 근로단체 말단 간부조차도 모두 노동당원이어야 합니다. 노동당원이 아니면 어떤 직급에도 승진할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들의 기초적인 목표는 당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도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로 변해가면서 노동당원증은 점차 대중적인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10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예전에는 미혼 여성들의 첫 손꼽히는 결혼상대는 당원이었지만 지금은 당원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돈만 많으면 굳이 당원이 아니어도 된다는 게 요즘 젊은 여성들의 인식"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입당을 위해 애쓰는 것도 결국은 간부가 되어 잘 살아보자는 것인데 요즘 일반간부들의 생활이 직맹원(노동당원이 아닌 30세 이상 남성)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며 "간부라고 해도 그 밑에 관리단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뇌물을 챙기지 못해 생활이 쪼들리기 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 집권 후 중앙과 지방의 간부들이 너무 많이 숙청됐다"며 "걸핏하면 추방되고 숙청되는 바람에 요즘 간부를 두고 '호박 쓰고 돼지 굴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에서 간부라고 하면 언제 김정은의 칼날에 희생될지 모를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하여 간부가 되려면 반드시 거치게 되어있는 노동당원이 되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청진시당 총무부의 한 간부는 지난해부터 신장염을 구실로 병원에 입원해 출근을 하지 않다가 결국 사회보장을 받고 해임됐는데 해임된 다음날부터 장마당에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어려운 일이 제기되면 늘 당원들이 앞장서라고 하니 당원들은 일반 주민들에 비해 돈도 더 뜯기고 사회적 부담도 많다"며 "그런 이유로 요즘은 '괜히 입당했다'고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당국의 말을 잘 듣는 고지식한 당원보다 장마당에 앉아 장사하는 일반 직맹원의 위신이 더 높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돈을 잘 버는 돈주들을 가리켜 '장마당원'이라 부르며 생활난에 허덕이는 당원들을 비웃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