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손수레꾼, 인기직종으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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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북한에서 속칭 '구루마(손수레)꾼'이 인기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남한에서 60년대에 유행했던 구루마꾼이 최근 북한에서 중요한 물류 운송수단으로 등장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손수레는 흔히 일본식으로 '구루마'라고 불렸는데 요즘에는 '손달구지'로도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람이 끄는 손수레에도 최대 1.5톤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어 손수레보다는 '손달구지'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7일 "역전이나 장마당 주변에 가면 1950-6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손달구지꾼들이 줄을 지어 손님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중국 여행객들이 어쩌다 이런 현장을 보게 되면 옛날 영화를 찍는 줄 알고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구경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예전엔 특별한 장사밑천이 없는 사람들이 작은 구루마를 하나 마련해 역전이나 장마당에서 간단한 손짐들을 날라주고 돈을 벌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해방직후에나 볼 수 있었던 큰 손달구지로 한 번에 많은 짐을 나르는 손달구지꾼들이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하지만 손달구지가 있다고 누구나 다 짐을 나르는 돈벌이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지역 운송사업소에 손달구지를 등록하고 번호판과 운송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60년대식 손수레 영업을 하는 데에도 국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일정금액의 상납금을 바쳐야만 허가가 나오게 되어있다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마땅한 운송수단이 없고 연료부족으로 자동차 운행도 여의치 않은 조선에서 손달구지 영업은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 되고있다"면서 "허가를 받은 손달구지꾼들 사이에서 좋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주먹싸움도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장마당이 활성화 되고 보따리 장사가 크게 늘면서 단거리 운송수단으로 손달구지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앙에서 손달구지 운송사업소를 따로 내왔다"며 "허가를 얻어 운송증을 받은 손달구지 꾼들은 매달 (북한 돈) 30만 원 정도의 수익금을 사업소에 바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19일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요즘 청진역과 포항장마당, 수남장마당 주변에는 '운송사업소' 허가증을 붙인 구루마가 줄을 서있다"면서 "구루마꾼들의 돈벌이가 좋아지자 최근에는 젊은 대학생들까지 구루마꾼으로 나서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대학생들의 경우 개인 손달구지를 따로 구입하기 보다는 주로 영업허가를 받아 번호판이 달린 개인의 손달구지와 운송증을 빌려서 야간에만 일을 해 돈을 벌고 일정한 금액을 손달구지 주인과 나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엔 손달구지꾼이 인기직종이 되다보니 운송사업소마다 뒷돈(뇌물)을 받고 손달구지를 너무 많이 등록시켜 주는데다 가짜운송증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보안서(경찰)순찰대는 손달구지꾼들에게 교통위반을 핑계로 벌금형식의 뇌물까지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