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늘어나는 ‘노예시장’

개성시 해선협동농장에서 근로자들이 거름을 실어내고 있다.
개성시 해선협동농장에서 근로자들이 거름을 실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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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돈 많은 부자들에게 머슴(일꾼)을 알선해 주는 일명 '노예(인력)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력을 주선해주고 돈을 받는 거간꾼들은 장부까지 만들어 알선한 '머슴'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양강일보사' 옆에서 압록강 주변 도로까지 길게 이어진 '인력시장'에서 젊은 남성 '꽃제비'들이 헐값에 거래되고 있어 이른바 현대판 '노예시장'으로 불리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21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노예시장'에 가면 소규모 장사꾼으로 위장한 '중매쟁이'들이 줄을 지어 있다"며 "'중매쟁이'들을 찾아가면 필요한 인력을 언제든지 돈을 주고 구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중매쟁이'들은 일일 '잡부(잡일)'로부터 몇 년이라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노예 머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요구하면 주변에 숨겨두었던 인력을 한명씩 데리고 나와 선을 보이며 거래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노예시장'이 발달하면서 북한에는 '신식지주'와 '현대머슴'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며 '머슴'은 부자들의 아이를 돌보거나 빨래를 해주고 농작물을 가꾸는 등 여러 가지 힘든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이들은 하루 북한 돈 몇 천원에서 3만원까지 받으며 시간제, 일당제, 혹은 몇 년씩 장기간에 걸쳐 고용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장사거리조차 없는 가난한 주민들은 부자들로부터 숙식을 제공받기 위해 일부러 '머슴살이'를 자처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20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가까운 친척집에서 '머슴'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이라도 받지만 '중매쟁이'의 거간으로 남의 집에서 일하는 '머슴'들은 직접 월급을 받지 못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노예시장'을 통해 고용된 '머슴'들은 먼저 30%의 알선료를 중매쟁이들에게 떼인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청진시의 경우 수남시장과 포항시장에 가면 전문 '꽃제비'들을 인력으로 파는 '노예장사꾼' 조직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고아들을 관리하는 '중등학원'의 교원들로부터 꽃제비들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넘겨받아 군대나 돌격대에 끌려가야 할 나이의 고아들을 탈출시킨 다음 이렇게 탈출시킨 고아들을 인력시장의 '노예'로 팔고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이런 고아들은 거주지도 없고 '중등학원'만 탈출하면 당국의 통제에서도 벗어나기 때문에 자칫 악질적인 거간꾼 조직을 만나면 말 그대로 '노예'가 되어 무참히 혹사당한다 해도 벗어날 길이 없다고 소식통들은 크게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