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복구 핑계로 군용도로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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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오랫동안 방치해온 풍계리 인근 군용도로의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갑자기 군사용 전략도로를 복구하는 배경을 두고 주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백암군 선군청년발전소에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까지 이어지는 군용도로는 낡고 패인 곳이 많아 그동안 사용이 제한된 도로였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수해복구 '200일 전투'에 이 군용도로 복구공사를 끼워 넣어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13일 "군용도로복구는 중앙군사위원회의 특별지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공사는 양강도 도로여단이 주축이 되어 각 기관, 기업소와 함께 내년 5월까지 무조건 끝내야 하는 과제로 되어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수해복구공사에 포함된 군용도로는 복구가 시급할 정도로 금이 가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난 9월에 닥친 수해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도로 곳곳이 파이고 망가진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군용도로를 수해복구 대상지역에 포함시킴으로써 중국으로부터 지원된 복구자재를 상당량 군용도로 복구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해복구를 빌미로 군용도로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양강도당이 각 기관과 기업소들에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를 전달하면서 복구건설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설 것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 '도로까기'등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4일 "풍계리에서 백암 선군청년발전소까지 연결된 군용도로를 내년 5월까지 완전복구하기 위한 결의모임이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며 "모임에서는 주민들에게 도로복구 지원물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매 인민반회의에서는 도로복구 과제를 완수하자면 물질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추위에 언 도로를 까고 있는 로동자들에게 돈과 식량을 비롯한 솜옷, 솜장갑과 소금과 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자가 필요하니 성의껏 지원물품을 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돈이나 물품 대신 화목(땔감)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산천이 얼어붙는 겨울에 주민들을 혹사하면서 군용도로복구를 다그치는 중앙의 처사에 의혹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현재 군용도로 복구에 동원된 차량 등 장비와 복구자재는 대부분 수해피해 지원물자로 중국이 제공한 것이라며 과거에 남조선의 지원금으로 삼지연비행장을 건설하더니 이제는 중국의 지원으로 군용도로를 복구하고 있다며 당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