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예식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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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예식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집에서 힘들게 음식을 마련해 치르던 결혼식과 돌, 회갑 잔치 등이 새로 등장한 예식장에서 간편하고 화려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작년부터 북한에도 전용 예식장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예식장이 곳곳에 생겨 예식을 앞둔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반면 비싼 이용요금으로 인해 일반서민들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20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곳 주민들은 예식장에서 가정 행사를 치르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며 어떤 예식장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경제력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은 예식장소를 많이 따진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청진시에도 매 구역에 보통 3~4개정도의 예식장이 있다며 예식장에서는 결혼식뿐만 아니라 회갑잔치와 돌잔치도 할 수 있고 직장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뷔페식 식당까지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이용금은 대개 1시간당 3천 위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1시간 당 중국인민폐 3천원이면 예복과 상차림, 손님 100명분의 음식을 포함해 노래와 춤으로 엮인 접대원들의 1시간짜리 공연까지 곁들이고 있어 경제력이 넉넉한 주민들은 웬만하면 결혼식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청진시에서도 송평구역 선원구락부에 위치한 예식장은 서비스가 좋은 곳으로 알려져 예약하기 힘든 곳의 하나"라며 "이곳은 대개 도 단위 간부들과 돈 많은 부자들이 승벽내기(힘겨루기)를 하는 예식장으로 유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21일 "이들 예식장은 주로 외화벌이 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다"면서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을 예약하는 손님들은 서비스의 질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에 예식장간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어 머지않아 일반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예식장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아무리 편리하고 서비스가 좋아도 이용요금이 비싼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주민들이 아직도 많다"며 예식장 이용을 둘러싼 일반 주민들의 소외감이 적지 않음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아직도 농촌지역에서는 집에서 옛날방식대로 관혼상제를 치르고 있다"며 "사회주의 생활방식을 선전하며 검소한 관혼상제를 강조하던 당국이 예식장 영업을 허가하는 것은 빈부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처사"라는 주민들의 반응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