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유사시에 이용할 방공호를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공호의 크기를 현재의 두 배로 넓히라는 것이 국방위원회의 지시내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방공호(防空壕)는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대피용도로 이용하는 군사시설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각도에 소재한 방공호를 내년 5월말까지 두 배로 넓힐 것을 지시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20일 "중앙에서 동계훈련의 시작과 동시에 각 도의 방공호 확장공사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지시문은 방공호확장공사를 내년 5월말까지 마무리하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의 방공호들은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인데 확장공사를 통해 대형 화물차가 방공호에서 서로 어귈(교행할) 수 있을 만큼 넓히라는 것이 지시의 요지"라면서 "지역별로 기업소와 동 단위로 방공호 확장공사구간을 분할해 과제를 매겼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시가 떨어지자 모든 기관과 단위들에서 회의를 열고 방공호 확장에 필요한 노력과 자금 확보에 나섰다"며 "노력동원에 우선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자금(성금)으로 대신해도 된다는 식으로 공사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번엔 또 방공호 공사냐' '다음엔 또 뭘로 들볶을 건가'라면서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며 "하필이면 박달도 얼어터지는 엄동설한에 공사를 내미느냐"며 중앙의 그릇된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은 같은 날 "방공호 확장공사 지시가 떨어져 공사가 시작됐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방공호 지형이 강한 암반층으로 되어있어 공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방공호 확장공사에 동원된 노력의 식량과 부식은 해당 기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세대 당 부담금 2만원(북한돈)외에도 곡괭이와 삽, 폭약과 같은 자재까지도 다 구간을 맡은 단위의 자체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먼저 확장공사에 동원될 노력을 모으고 있는데 노력동원 대신 자금으로 대치하는 주민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주민들은 추운 날씨에 맨손으로 암반을 까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고 있어 웬만하면 노력동원을 회피하려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주민들이 작년에는 10월까지 전쟁준비를 완성하라더니 이번에 또 5월까지 방공호확장이냐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최첨단 무기가 속속 등장하는 시대에 방공호나 확장하라는 중앙의 무분별한 지시를 비웃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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