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여론 “김정남 암살 북한과 즉시 단교해야”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간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백주테러를 자행한 북한과 단교를 해야한다'는 말레이시아 내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북한은 이에 대해 경찰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말레이시아 거주 한인 사회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론이 북한과의 관계 중단 등의 강경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프르에서 30년 동안 사업을 했다는 전직 한인단체장은 말레이시아의 관문인 공항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에 대해 말레이시아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한인 H씨: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한이 (김정남 독살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을 다 알게 됐고 아주 경악하고 있습니다. 독극물 테러로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죽인건 이 나라에서는 없었거든요. 사상 처음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충격을 받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인에 대해 무비자로 3개월간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북한에 우호적이었는데 오히려 이같은 호의를 북한이 범죄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인들의 분노가 크다는 겁니다.

한인회 관계자는 김정남에 대한 테러 장소를 말레이시아로 정한 것도 북한인의 출입국이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 전례없이 잔혹한 살인극을 '국가차원에서 사주한 책임'을 단호하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인 H씨: 한인들의 뜻을 모아서 쿠알라룸프르 최대 일간지에 기고를 했습니다. 북한과의 국교를 즉시 단교시키고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언론도 한국 정부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 단절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북한이 일종의 월권을 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계속 자극할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한인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말레이시아와 국제사회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쿠알라룸프르 주제 북한 대사관에 항의의 뜻을 전하려 했지만 시위와 집회를 엄격히 금지하는 말레이시아의 법을 준수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 국교 단절과 유엔 대북제재 적극 동참 등의 건의를 현지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