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건넨 미군 유해 상자, 7구 섞인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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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한국전쟁 때 실종 처리된 미군 7천980명 중 1천500 여 구의 유해가 확보된 상태지만 이 중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파악된 시신은 이제껏 171구에 불과하다고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1990~1994년에 자체 발굴해 미국에 건넨 미군 유해 상자에는 여러 유해가 함께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상자에는 최고 7명의 유해가 함께 들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의 유해 발굴과 신원 파악 현황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리처드 루거(공화, 인디애나) 상원의원실에 제출했습니다.

6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서 의회조사국은 한국전 참전 미군 중 7천980명이 실종 처리됐으며 이 중 현재 1천500 여 구의 유해를 확보해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한국전 직후 북한 지역에서 416구, 한국 지역에서 451구의 미군 시신이 발굴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에 매장돼 있는 이 867구의 미군 유해 중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3구에 불과합니다. 당시 포름알데히드를 보존제로 쓴 바람에 시신의 DNA(유전자) 정보가 훼손됐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많아야 400구 정도만 신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반면 북한이 1990~1994년 당시 자체 발굴해 미국에 건넨 208 상자 분량의 미군 유해는 DNA 정보가 그대로 보존돼 현재까지 70 구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발굴 과정에서 여러 유해가 서로 섞인 경우가 많았고, 일부 유해 상자에는 7구의 유해가 한꺼번에 들어 있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당국이 북한이 건넨 208 상자 분량의 유해에서 실제로는 최대 450명의 신원이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또 1996~2005년 당시 미군 유해 발굴단이 직접 북한 지역에서 33차례 유해 발굴을 통해 확보한 미군 유해 220 구 중 현재까지 88구의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2010년 4월 방북한 빌 리처드슨 당시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이 추가로 미군 유해 6 상자를 가져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의회 조사국의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발굴과 신원 확인에 관한 보고서는 오는 18일 재개될 예정인 미국과 북한 간 유해 발굴 작업 재개를 위한 회담을 앞두고 작성됐습니다.

루거 상원의원실 관계자는 미국과 북한 간 미군 유해 합동 발굴 작업이 재개되면 더 많은 한국전 참전 미군 실종자 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신원을 통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