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11년 평양 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했습니다.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공사였지만 크레인 같은 중장비는 볼 수 없고, 건물 외관은 대충 쌓아놓은 듯한 벽돌로 울퉁불퉁합니다.
노정민 기자가 동영상을 살펴봤습니다.
2011년 8월, 평양 대동강 구역의 '10만 호 주택건설현장'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동영상을 살펴보니 당시 공사 현장에는 건물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천년책임', '만년보증', '사고방지', '결사관철' 등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 중인 아파트는 곳곳이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고층 아파트 공사이지만 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보이지 않고 층마다 달려 있는 창틀의 위치와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아파트 외관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엉성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가까이에서 본 건물 외관. 울퉁불퉁한 벽 표면에 대충 쌓아놓은 듯한 벽돌에 전문 건축 장비 하나 없이 손으로 망치질하는 소리만 간간이 들립니다. 게다가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치 하나 없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해외 공사를 하청받아 외화를 벌어들이는 대외건설 지도국 소속 노동자들이 투입됐지만, 건설 전문가가 지은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또 현장에는 국가 건설 사업에 동원되는 돌격대와 여성 노동자, 아직 어려 보이는 소년 병사들도 일하고 있지만, 피곤하고 지친 모습에서 어떤 의욕도 보이지 않습니다.
- 여긴 어디예요? 건설?
[남성] 돌격대에요. '828 돌격대'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짓는 공사 현장이지만 자재와 중장비는 물론 전문 건설 노동자들이 턱없이 부족해 날림식 엉터리 공사가 이뤄진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1년, 북한이 '강성국가'의 위상을 선전하기 위해 '평양 10만 호 주택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다음 해인 2012년 4.15행사에 맞추기 위해 '속도전'을 강조했고, 시멘트와 철근 자재를 빼돌리는 간부들의 부정부패까지 맞물리면서 부실공사를 자초했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당시 지어진 아파트의 붕괴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 13일 발생한 평천구역 내 23층 아파트의 붕괴원인도 당연 '부실공사'라고 꼬집습니다.
[Ishimaru Jiro] 물론이죠. 속도전과 부정부패 때문에 생긴 사고죠. (간부들이) 자재를 조금씩 팔아먹으니까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자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원래 써야하는 철근이나 시멘트를 빼가니까 강도가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요, 너무 속도전을 강조하다 보니 성실하게 만드는 것보다 빨리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지 않습니까? 먼저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보니 안전도가 무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완전 인재라고 봅니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고층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축물의 안전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밀어붙이기식 '속도전' 방식의 공사 관행과 부정부패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건설 현장에 붙은 '천년책임'과 '사고방지' 등의 안전구호는 헛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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