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수해 복구에 가정당 50위안 씩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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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수해복구를 위해 양강도 주민에게 중국돈 50원 씩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쌀 10kg을 살 수 있는 큰돈을 억지로 내야 하는 주민으로서는 북한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홍수 피해와 관련해 당국이 일반 주민에게 복구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에 따르면 북부 지방의 홍수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가구당 중국 돈 50원씩 낼 것을 강요받았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동마다 내야 할 돈의 액수는 다르지만, 중국 돈 50원이면 쌀 10kg이 넘는 금액인데, 이는 일반 주민에게는 매우 큰 돈이라며,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내려니 매우 힘들다는 겁니다.

특히 자연재해는 매년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매번 복구 비용까지 일반 주민에게 요구하니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계속 커지는 분위기라고 '아시아프레스'는 덧붙였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자연재해는 매년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주민이 동원되고, 경제적 부담을 지는 것도 계속 있던 일이잖아요. 저는 이번에 북한 당국이 주민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민심이 떠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수해복구에 대한 주민의 부담이 더 많아질수록 정권에 대한 불만도 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함경북도의 수해 현장에는 각 시와 군에서 파견된 노동자와 돌격대, 군인 수천 명이 투입됐으며 회령시 주민에게도 지원금을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시안의 중학교 학생들에게도 쌀 1kg, 또는 현금 5천 원씩을 낼 것을 강요해 사실상 수해복구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하는 형편입니다.

[Ishimaru Jiro]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수해복구를 위한 자금이나 노동력과 관련해 주민 동원 태세에 들어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항상 대책을 세워야 하고 국가 차원에서 재정적인 지원도 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준비가 전혀 안 되는 곳이 북한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함경북도의 홍수 피해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꾀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 주민의 민심을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최근 강행한 5차 핵실험으로 홍수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반응은 싸늘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핵실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대책에는 무관심한 태도가 비난을 받고 미국,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수해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수해 복구에 대한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