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출품 전환∙밀수로 제재 타개 모색

0:00 / 0:00

앵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요즘 북한의 무역 관계자들이 매우 큰 고통을 토로하는 가운데 수출 품목을 바꿔보거나 국가 주도의 밀수를 노리는 등 타개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상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 과제를 달성해 돈을 벌라고 지시해 괴롭다" "중국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점점 줄어드는데, 혹시 일본에서 사 줄 수 있는 물건은 없겠는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복수의 북한 무역 관계자가 토로한 내용입니다.

'아시아프레스'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북한 무역회사의 간부들과 통화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대북제재로 무역상황이 매우 안 좋은 때에 당국에서는 할당량의 달성만을 요구해 불만이 많다면서 그만큼 북한 무역상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잇달아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행하면서 북한 광물과 농산물, 기계, 목재류 등이 수출 금지 대상이 되자 북한의 무역회사와 일반 주민 사이에서는 수출품의 전환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한약재나 가발 생산이 외화벌이의 대체품목으로 뜨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번에 결의한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외화확보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물어봤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직 수출 금지가 되지 않는 물품으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었습니다. 한 예로 한약재료가 있는데요, 북한에서 수입한 한약재가 중국에서 인기가 높고 수요가 대단히 많습니다. 아직 제재 대상이 안 됐기 때문에 약초, 잣 등의 수출에 집중하려는 것 같습니다. 또 가발생산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공장에 집중해 있고, 외화벌이 회사들도 가발생산에 진출하려 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가발은 중국에서 재료를 들여와 임가공해 되팔고 있는데, 전거리교화소에서도 여성 수감자들을 동원해 가발 생산에 주력하고 있으며 일반 사회는 물론 무역기관에서도 가발 생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가 기관이 직접 밀수를 모색하는 상황도 포착됐습니다.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는 '아시아프레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11월, 북한 광업성이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 제재품목인 아연을 트럭 두 대에 실어 계속 중국에 보내고 있다"면서 "국가 기관이 직접 나서기 때문에 보안서도 전혀 단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최근 중국의 음력설을 노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오징어(북한명:낙지)도 밀수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중국에 나온 북한 무역회사의 간부들과 통화했습니다. 그랬더니 무역 상황이 매우 안 좋고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 평양의 상부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제를 달성하라는 강한 지시가 내려왔다는 불만 섞인 소리도 했습니다. 또 중국에 대한 정식 수출이 막혀있기 때문에 밀수 방법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북한 광업성이 직접 나서서 압록강 상류 지역에서 아연을 밀수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인 TV 조선도 지난 26일, 압록강 변에 수북이 쌓인 북한 석탄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대북제재 국면에도 북∙중 간의 뒷거래는 여전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단둥에서는 북한 해산물에 대한 밀수가 성행하면서 대북제재의 사각지대는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국경 지역에서 밀수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어 아연이나 오징어 등을 밀수하더라도 그 양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북한이 대북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려 애쓰고 있지만,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