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상 회사 4곳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설립됐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북한 권부의 비자금 관리 창구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시 모란봉 긴말 2동.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문광남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2004년 버진 아일랜드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래리바더 솔루션을 설립하면서 적어 넣은 주소입니다.
평양 중심지로 중국 대사관 건너편인 긴마을 2동을 영어로 잘못 표기했다고 볼 때 북한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6일 한국의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개한 서류상 회사 명단에는 이 밖에도 천리마, 조선, 고려텔레콤 등도 있습니다.
모두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타파 녹취: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주소를 발견했습니다. 평양시 모란봉 구역, 북한 사람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발견된 것입니다.
래리바더 솔루션은 러시아와 무역 거래를 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인민무력부가 무기 거래에 이 회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천리마, 조선, 고려텔레콤은 북한의 이동통신사업 관련자들이 2000년과 2001년에 세운 걸로 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임종주라는 한국식 이름과 웡육콴이라는 중국계 이름이 등장하는데 북한의 이동통신사업에 간여한 인물로 추정됩니다.
뉴스타파는 이들이 유령회사를 세운 시점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아래 놓였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자금 송금 등에 이용함으로써 북한 권부의 비자금 관리 창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앞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당국은 2010년에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관련 계좌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