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봄 착공 25년 만에 문을 열 것으로 알려졌던 평양 류경호텔의 개관이 계속 늦춰지면서 외국 투자 기업의 사업권 포기설까지 제기됐습니다. 불확실성 탓에 위험 부담이 큰 대북 투자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낸다는 평가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4월15일)에 맞춰 부분 개관할 예정으로 알려졌던 평양 류경호텔이 돌연 '사업권 포기'설에 휘말렸습니다.
한국의 YTN 방송은 3일 중국 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2008년부터 공사를 떠맡았던 이집트의 오라스콤사가 최근 호텔 사업권을 포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그동안 건물 외벽 전면이 유리로 덮이는 등 호텔다운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류경호텔의 개관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987년 프랑스와 합작으로 보통강 구역에 들어선 105층 규모의 류경호텔은 착공 4년 만인 1991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뒤 그 동안 흉물로 방치돼왔습니다.
오라스콤사는 류경호텔 사업권 포기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의 확인 요청에 3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해 7월 '호텔 외장공사 뒤 오라스콤 철수'설이 나오는 등 류경호텔 개장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의 한 대북사업가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오라스콤의 류경호텔 투자는 외장공사까지가 끝"이라며 "북한 당국이 내장 공사를 맡을 외국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여기다 북한 정권과 긴밀했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민주화혁명으로 지난 해 쫓겨나면서 오라스콤의 대북 투자도 영향을 받을 거란 전망도 제기됐습니다. 존 박 미국 MIT대 연구원은 오라스콤의 대북 협력사업이 재검토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존 박 연구원: 저는 개인적으로 오라스콤텔레콤과 북한의 관계가 재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지금까지 이집트의 모든 산업이 무바라크 정권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데 이집트의 새로운 정권에서 모든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 정권에서 북한과 어떻게 협력 관계를 이어갈 지 모르겠지만 이전처럼 쉬울 것으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앞서 북한과 합작으로 동해안에서 석유 탐사와 개발을 추진하던 영국의 유전개발회사 아미넥스가 지난 5월 사업 철수를 전격 결정하는 등 외국 기업의 대북 사업 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정치상황과 국제사회의 계속된 제재 탓에 투자 위험이 너무 큰 북한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점차 외면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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