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견 북 노동자 3명 공사장 화재로 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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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에 파견돼 외화벌이에 나섰던 북한 건설 노동자 3명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잇따라 크고작은 안전사고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동부의 이르쿠츠크 국립대학 건물에서 지난 19일 밤 화재가 발생, 북한 노동자 3명이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인터팍스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였지만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통신은 덧붙였습니다.

화재 당시 이르쿠츠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4층짜리 대학 체육관 건물에서는 내부 수리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북한 노동자들이 안전규정을 어기고 공사 현장에서 잠을 자던 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외국에서 노동 인력을 들여오는 경우 통상 고용주가 기숙사 등 적합한 주거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건설사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2014년 4월에도 극동 아무르주 건설 공사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 146명이 불법 시설물에 집단 수용된 사실이 드러나 해당 건설사에 거액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러시아에 외화벌이를 위해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적절한 주거시설을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2000년대 중반 러시아 건설현장에 파견됐던 한 탈북민은 폐허와 다름없는 공장건물 바닥에 판자를 깔고 잠을 청해야 했고 노동강도 역시 살인적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탈북민: 밥을 먹고 아침 6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데 밤 11시까지 일을 하고,…, 쉬는 날은 설날, 그리고 김부자 생일, 김정일 김일성 생일 (뿐이었습니다.)

한편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이날 저녁 콘크리트 방화벽이 무너지면서 북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시 북한 노동자들은 공사현장에 있는 숙소용 컨테이너 안에 머물다가 위에서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변을 당했습니다.

이 밖에 지난 14일 새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구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 1명이 숨진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중이지만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달 들어서만 러시아 곳곳에서 최소한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하는 등 북한 건설 노동자 7명이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희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