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맥주 한 병 받으려 두 병 값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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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양시에서 새해 설명절을 맞아 시민들에게 도루메기(도루묵)와 맥주를 명절배급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해 주민들은 불만을 터놓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월 1일 새해 명절을 맞아 평양시 당국이 매 가정에 맥주 한 병과 도루묵 1kg을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평양시를 다녀온 함경북도 주민은 "시민들에게 도루메기와 맥주를 한 병씩 공급해준데 대해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면서 "살림이 어려운 주민들은 도루메기 공급에는 대체로 반기는 눈치였지만, 일부 사람들은 불만을 표출했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설을 앞두고 인민반에서 맥주를 준다고 각 세대별로 빈 맥주병 두개씩 바치라고 해서 바쳤는데, 결국 1병만 주었다"며 "그것도 주둥이가 파손된 맥주병을 나눠주어 사람들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반에서는 "깨끗하고 파손 되지 않은 병을 내라"고 요구해 주민들은 한 개당 1천700원짜리 중국산 맥주병 두 개를 사는데 도합 3천400원을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공급된 맥주는 1천500원에 불과하고 파손된 맥주병이 대량 포함되어 있어 시민들은 "국가가 인민들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키웠다는 겁니다.

이 소식통은 "평양사람들은 새 맥주병을 바치고도 낡은 병을 받아 기분 나빠했다"면서 "이렇게 줄 바에는 차라리 안주는 게 낫다"며 당국의 맥주 공급을 비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당국은 "세포등판과 탄광지원물자로 돌렸다"고 해명했지만, 주민들 속에서는 "좋은 맥주병을 간부들에게 공급하느라 빼돌렸다"는 의견이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또 시민들은 공급된 맥주의 청결상태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물 공급이 중단됐는데, 어디서 물이 나서 그 많은 맥주병을 다 청소했겠는가?"며, "사람들이 마시기 껄끄러워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1킬로그램씩 받았다는 도루메기(도루묵)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국경지방을 통해 연락이 된 또 다른 평양시 주민은 "그이께서(김정은) 설에 인민들에게 물고기를 무조건 공급하라고 지시해서 평양에서는 동해안에서 도루메기를 날라다 공급했는데, 오래된 것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부패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은 "원수님 덕분에도루메기를 맛볼 수 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고 이 주민은 상반된 주민반응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