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중교통 전력난에 ‘마비’

0:00 / 0:00

앵커: 평양시 전력공급이 불안해지면서 대중교통이 마비되자, '벌이버스'라고 하는 불법 영업용 버스들이 대거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민들의 출퇴근을 보장하지 못해 북한당국도 통제 불능이라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열악한 전기난 속에 벌이버스들이 평양시민들의 출퇴근을 대신하고 있다고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중국 소식통이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최근 평양을 다녀왔다는 류 모 여성은 "전기가 없어 궤도, 무궤도 전차가 다니지 않아 거리에는 벌이버스들이 운행되고 있는데, 구역단위로 천 원씩 운임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동구역 송신장마당을 떠난 벌이버스가 대동교 앞까지 가는 데 북한 돈 1천원, 다시 김만유병원까지 가는데 2천원 이런 식으로 구간별로 가격을 받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벌이버스들은 보통 10인승에서 20인승짜리 버스들이 운행되고 있는데, 아침 출퇴근 시간을 맞추어 기존 무궤도 전차가 다니는 코스를 따라 돈다"고 말해 사실상 벌이버스가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현재 평양시 제1병원 의사 월급이 3천원 수준인데, 교통비로만 5천 원 이상을 쓴다"며 전력난으로 인한 교통비 지출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또 버스 안에는 돈을 받는 차장까지 등장해, 중국에서 국가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몰래 운행되는 불법 버스들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처럼 벌이버스가 공공연히 운행되는 것과 관련해, 이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마다 독립채산제가 실시되면서 어떻게 하나 돈을 벌려고 사람들이 머리를 굴린다"면서 "돈주들이 버스를 사서 기업소에 들여놓고 자신이 운전사 겸 차장이 되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주민은 "버스 운전수들은 아리랑 손전화를 쓰고 담배도 한 갑에 인민폐 5위안짜리만 피운다"고 말하고 이들의 수입이 괜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당국도 벌이버스를 단속할 경우, 시민들의 출퇴근을 보장할 수 없어 눈감아 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에 나온 평양시민은 "평양 여객운수사업소에서는 불법 버스를 단속하기 위해 규찰대를 조직해 단속에 나서지만, 단속원들이 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규찰대들은 버스 종점이나 회전 로타리 같은 곳에 지키고 있다가 벌이 버스가 지나가면 단속하는 데 이때 버스 운전사들이 담배나 돈을 건네면 무마된다는 설명입니다.

한 모 주민은 "벌이 버스가 없어지려면 나라의 전기문제가 풀려야하는데 현재로선 대책이 없다"며 전망을 어둡게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