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조치의 일환으로 공장·기업소에 8.3생산 활동을 허가하고 현금 수입을 올리라고 장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줌에 따라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 4월부터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 물가를 반영해 높게 책정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주민은 "작년부터 몇 개 단위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오던 새 경제체제 하에서 공장 기업소들은 8.3생산조직을 잘해 노동자들을 자체로 먹여 살리는 게 원칙"이라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인근의 한 중소 기업소에 다니는 최 모 씨는 자기네 공장의 경우, "노동자의 임금은 기본적으로 기존 임금의 10배가량 올려준다"면서 "하지만, 공장, 기업소에 이득을 많이 주는 데 따라 상금도 받게 된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때문에 지방 산업공장들에서는 국수기계와 쌀 깎는 기계 등을 생산해 팔고, 또 일부에서는 합의제 식당과 목욕탕 등을 운영해 현금 수입을 올릴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또한 시멘트 공장과 같이 생산물이 나오는 공장들에서는 국가계획 외에도 공장 종업원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생산물의 일정한 양을 자체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도 획득했다면서 이 공장 노동자의 노임은 수 십 배까지 올랐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은 백화점과 상점 등 사회봉사망들에서도 독립채산제의 기능을 강화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평양의 제1백화점과 보통강 백화점 등은 자체로 상품 조달 체계를 세우고 중국에서 물건을 직접 들여다 외화로 판매하는 등 수입증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점들에서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기본급 외에도 직원들의 판매실적과 초과근무에 따라 보너스, 즉 상금도 받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조치가 물가상승으로 이러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평안남도에서 최근 중국에 들어온 박 모 씨는 "2002년도 7.1 경제개선조치 때에도 노동자들의 월급을 열배 올려주니까, 다음날 물가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느라 돈을 많이 찍으면 장사꾼들이 물건 값도 그만큼 올려놓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노동자들의 노임이 열배라고 봐야 2만원인데, 그러면 현재 1kg에 6천 원씩 하는 쌀을 3kg밖에 사지 못한다"고 반응했습니다.
북한은 공장 기업소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의 배급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부 북한 주민들은 7.1 경제조치 때에도 임금이 올라가는 대신 배급쌀 가격도 함께 올라가 장마당 쌀 가격과 배급 쌀 가격이 2중으로 유통됐다면서 이번에는 국가가 배급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모르겠다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의 노임을 올려주는 대신 당분간 국가 배급을 기대하지 말라는 지침도 내려와 잘사는 공장 노동자와 빈곤한 기업소 노동자 간의 상대적 박탈감만 증대시킬 것이라고 주민 박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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