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 배 곯며 모내기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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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사철에 배불리 먹어야 할 농민들이 오히려 식량이 떨어져 배고픔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도와 평안남도 일대 농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내기에 동원된 북한 농민들이 춘궁기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극심한 배고픔을 겪고 있다고 여러 북한 소식통들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해왔습니다.

며칠 전 황해도 지방에 출장 다녀왔다는 한 행정직 사무원은 "모내기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도 밥을 굶는 농가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식량이 떨어진 황해도 농가들에서는 자녀들이 뜯어온 나물에 사료를 섞어 먹는 형편이다"고 4일 전했습니다.

황해북도 린산군, 봉산군 일대를 돌아봤다는 이 소식통은 "지독한 가뭄으로 인해 물 부족현상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지역에는 토질병과 영양부족으로 전염병까지 돌고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분조관리제 등 농업개혁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난해까지는 시범단계여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농민들은 여전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봄이 되면 제일 어려운 곳이 농촌 지역이라면서 황해도 지방 농민들은 지난해 가을에 평양시 양정총국과 인민군대가 식량을 대거 걷어가면서 분배 몫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봉산군의 협동농장원 차모 씨는 1년 양식으로 300kg의 식량분배를 받아야 했지만, 180kg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그마저도 인민군대 지원과 발전소건설 지원 명목으로 여기저기 뜯겨 3월에 벌써 식량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 같은 농장 4작업반에 다니는 농민 방 씨도 지난해에 식량 50kg을 가을에 벼 200kg으로 갚기로 하고 고리대로 꾸어 먹었는데, 분배를 타자마자 고리대를 줬던 사람에게 빼앗겼다는 겁니다.

한편, 최근 평안북도 국경지방에 나온 남포 주민 박모 씨는 "도시 사람들은 분배가 없어도 장마당에서 장사해서 굶지는 않는데, 농민들은 분배가 떨어지면 어디 가서 꾸어먹을 곳도 없다"고 궁핍한 상황을 호소했습니다.

북한 농촌에서 올해부터 농업개혁을 전면 실시됐지만, 아직까지 식량배분을 놓고 이렇다 할 정책이 내려오지 않아 농민들은 노동당의 정책을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이 주민은 "올해 모내기 때 학생지원과 사회지원단체를 받으면 그만한 공수만큼 국가에 식량을 바쳐야 하기 때문에 지원 노력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