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부 탈북자 유인 납치 ‘기승’

앵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탈북자들을 유인 납치하기 위해 가족을 인질로 직접 회유공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써 이렇게 보위부의 협박전화를 받은 탈북자들이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보위부가 최근 남한과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가족들을 볼모로 삼고 전화통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에 정착한 함경북도 무산군 출신의 한명진(가명) 씨는 얼마 전 북한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북한 보위부원과 직접 통화한 사례까지 있다고 한 씨의 지인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한명진 씨의 지인: 누나를 어떻게 하나 데려오자고 편지도 쓰고 전화도 하면서 어떻게 하다 연락이 됐는데, 그런데 갑자기 글쎄 보위부원이 "이 ***야"라고 협박해서 심장이 떨렸다고 했다지요.

한 씨는 고향에서 힘들게 사는 가족에게 마냥 돈을 보내줄 수가 없어 한국에 나와 함께 살자고 전화로 이야기하던 찰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가족은 예전과 달리 김정은 찬양을 늘여놓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한 씨더러 북한으로 다시 돌아오라는 회유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한 씨는 그 소리에 "전깃불도 없는 북한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인민들이 굶주리는 북한에 미래가 없다"고 가족에게 애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전화기를 빼앗는 듯하더니 보위부원이 "배신자"라면서 한 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입니다.

한 씨는 북한 보위부가 자기 가족을 시켜 자신을 중국으로 꾀어내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욕설을 퍼부은 것 같다면서 자기 누나가 압박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 씨의 지인은 말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관계자들은 이렇게 북한 보위부가 개입되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회유하는 사례가 김정은 정권 들어 부쩍 늘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12월 북한으로 돌아가 중앙텔레비전 기자회견에 출현했던 김광호 씨 부부도 북한 보위부의 회유 공작에 넘어가 납치된 사람들이라고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말합니다.

김용화 대표: "김광호의 부모가 양강도 연사군에 있다고요. 부모에게 계속 전화를 하다 보니까, 보위부가 부모를 통해서 (이들 부부를) 중국으로 끌어들였지요. 그들 부부가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훈련받았는지 말이 줄줄 나오는 거 보세요"

김 대표는 김광호 씨 부부가 전라남도 목포에서 살다가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갔다면서, 만약 그들이 처음부터 북한으로 돌아갈 결심이었다면 국가에서 준 임대주택과 자가용 승용차를 처분하고 돈을 준비해가지고 갔을 텐데 집과 차를 그냥 두고 간 걸 보면 분명 납치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최근 북한 보위부는 탈북자들을 납치하는 데 성공한 보위부원들에게 국기훈장을 수여하는 등 포상도 하기 때문에 보위원들이 탈북자 회유공작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