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대동강맥주값 10배에 암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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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한때 중단했던 대동강 맥주 광고를 다시 시작하는 등 해외 판매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대동강 맥주는 북한 내부에서도 수요가 많아 암거래 가격이 1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이례적으로 대동강 맥주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맥주광고: 연하고 부드럽고 향긋한 맛으로 우리인민들 속에서 인기가 높아 무더운 여름철은 물론 사철 누구나 즐겨 찾는 대중음료 대동강맥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자본주의 상업광고'라며 중단시켰던 대동강 맥주광고를 내부 선전용이 아닌 대외 선전매체에서 다시 시작한 것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동강 맥주는 현재 북한 내부에서도 수요가 급증해 암표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된 평양시의 한 주민은 "평양시 곳곳에 있는 대동강 맥주집에서 500cc짜리 맥주 한 조끼(한 컵)는 국정가격으로 60원이지만, 야매(암표)로 사자면 800원까지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저녁이 되면 대동강 맥주집 앞에는 맥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며 "맥주표가 없는 사람들은 암표 상인들로부터 13배나 비싸게 표를 사서 맥주를 마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대동강 맥주를 자유롭게 판매하지 않고 평양시민들에 한해 세대별로 맥주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공급되는 맥주 표가 제한되어 있어 맥주를 좋아하는 시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주민들은 암표를 사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평양주민은 "북한 돈 800원은 미화 10센트밖에 안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며 "대동강 맥주에 들어가는 원가가 높기 때문에 가격대비 맛으로 볼 때 괜찮은 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이 주민은 "이렇게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대부분 퇴근한 다음 친한 사람들끼리 나오지 않으면, 직장에서 퇴근하던 길에 아예 맥주집에 들려 한 조끼씩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동강 맥주집에 의자 없이 서서 마시게 하는 것도 이렇게 사람이 많아 빨리 마시고 빠지게 하려고 의자를 치워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동강 맥주 공장은 2000년 경에 영국에서 맥주 양조설비를 들여오고, 도이췰란드의 기술을 전수받아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평양출신의 한 탈북자는 "대동강 맥주는 김정일의 방침으로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맥주 맛이 절대로 떨어지면 안 되는 맥주"라고 설명하면서 북한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속에서도 맥주의 고유 맛을 유지하기 위해 쌀과 보리, 길금 등 곡물을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국내 수요가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요즘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맥주 광고를 하는 것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대동강 맥주는 중국 등 외국에 나가 있는 북한식당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실례로 개성공단이 중단되기 이전에는 한 병(640ml)에 미화 3달러에 팔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