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위부, 탈북자 가족에 ‘맹세문’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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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으로 재입북했던 탈북자 김광호 씨가 가족을 데리고 다시 중국으로 탈출했다는 소식, 요즘 화제가 되고 있지요. 그만큼 북한의 회유 공작이 실패했다는 걸 보여주는데도, 일선 보위부원들은 탈북자들을 유인납치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맹세문'까지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사회가 사람 못살 세상이라고 평양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던 김광호씨 부부가 다시 북한을 탈출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탈북자 회유 공작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탈북자 가족들을 끊임없이 협박하면서 '맹세문'까지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 지방의 한 주민은 "얼마 전에 진행된 주민 안보 강연회에서 탈북자 가족이 썼다는 맹세문이 낭독됐다"면서 "맹세문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남조선에 간 자녀를 조국의 품(북한)에 안기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방 담당보위원이 조직했다는 이 강연회에서는 "장군님(김정은)의 품에 안긴 다른 탈북자들도 모두 용서받았다"는 등 체제선전이 시작됐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담당 보위원은 재입북한 탈북자들이 평양에 머물지 않고 함경남도 홍원과 신포시 등 자기가 살던 곳으로 다시 보내졌다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선전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주민은 최근 김광호씨 재탈북 사건에 대해 아느냐는 질문에 놀라면서 북한 보위부도 이렇게 들어온 탈북자들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선 재입북해 고향에 돌아간 탈북자들의 입을 일일이 막아야 하고, 그들의 동선을 감시해야 하는 보위원들로서는 피곤하고, 또 그들이 탈북하면 철직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연에서 보듯이 남한에 나가 있는 탈북자를 중국으로 유인하기 위한 보위부의 일명 '귀순공작'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이 주민은 요즘 지방 보위부에서는 자기 관할구역에 있는 탈북자 가족들의 명단을 장악하고 뻔질나게 사무실로 불러 맹세문과 서약서를 쓰게 하고는 남한에 있는 탈북자를 유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국경지역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 남한이나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과 전화통화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국 대학생 탈북자 김송남 씨(가명)는 "북한 보위부가 탈북자 유인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한 건주의, 공명주의에 사로잡힌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송남 씨: "보위부원들이 탈북자를 한 명 데려가면 별이 올라가고 직급도 올라가니까, 성과가 괜찮네 하고 다른 보위부원도 하면서 많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김정은 정권이 남한에서 살던 탈북자들을 다시 북한으로 데려가 체제선전에 이용하려고 하지만, 이들이 늘어나면 오히려 체제에 독이 될 것이라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