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골목 얼음 장사도 핸드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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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평양에는 까까오 상인(얼음장사)들도 손전화를 쓸 만큼 보편화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와 반대로 유선전화는 잦은 고장 때문에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시내 골목에서 까까오를 파는 상인들이 손전화로 통화하고, 어떤 사업가는 손전화 두 개로 이쪽저쪽 연락하는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고 합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시내버스에 오르는 직장인들 대부분이 손전화를 목에 걸고 다니고, 한 중앙 대학교에는 40명이 소속된 학급에 3명만 손전화가 없고 90% 이상 학생들이 쓰는 수준"이라고 19일 평양의 분위기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손전화가 없는 다른 대학생들을 보면 "아직도 손전화도 없니?"라고 의아해 하고, "수업시간에 여기저기서 붕붕거리는 (손전화)진동소리 때문에 수업이 도중에 중단되는 일도 가끔 발생한다"고 말해 젊은이들의 손전화 비율이 상당히 높음을 시사했습니다.

가정에서 손전화 보유대수는 곧 그 집의 생활수준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잣대가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 주민은 "평양의 한 중앙기관에 다니는 어떤 집에는 아버지가 한대, 어머니와 딸이 각각 한대씩 보유해 모두 3대가 되는데, 다른 노동자의 가정은 겨우 한 대를 사서 집안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사진, 메시지, 통화가 가능한 3세대 전화기는 미화 25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며, "손전화가 처음 개통될 때 500달러에 판매되었는데 지금은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무선전화 대수가 급증하는 반면에 유선전화 장비는 갈수록 낙후해져 주민들이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평안북도 신의주 지방의 한 주민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통화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는데, 통화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유선전화를 끊고 무선전화만 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통신선이 낡아서 그런지 유선전화는 자주 고장난다"며 "얼마 전에도 인민반에서 집전화 까벨(케이블)을 다시 까는 데 필요한 돈을 내라고 해서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990년 말까지 북한에는 전봇대가 부족하고 유선통신선과 통신장비가 낙후해 도시와 농촌은 거의 불통되다시피 했습니다.

그 후 빛섬유 통신 기술을 받아들인 후 유선전화를 도입했지만, 또 케이블의 결함으로 종종 고장신고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말에 북한이 손전화를 도입하면서 무선전화 시대에 단숨에 진입하긴 했지만, 이러한 도약은 오히려 손전화에만 치중되는 이른바 기형화된 통신구조로 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통신 분야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무선통신의 장점은 중계 설비를 갖추고 전화기만이 있으면 통화가 가능하지만, 약점은 일단 유사시에 중계시설이 파괴되면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기 때문에 북한도 유선전화 장비가 부실해지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