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0년만에 들이닥친 태풍 제10호 '라이언룩'이 함경북도와 양강도 일대를 강타하면서,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와 철조망이 일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함경북도와 양강도 일대를 강타하면서 이 지역의 국경경비대 잠복초소와 철조망도 쓸려 내려갔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와 마주한 중국 길림성 용정시의 한 중국인은 "태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두만강물이 갑자기 불어나 회령세관 앞 국경경비대 잠복초소와 철조망이 물에 쓸려 내려갔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국인: 삼합 쪽에서 북한 쪽으로 내다봤을 때 북한군인들의 경비초소고 뭐고, 100% 싹 다 밀었어요. 군대들이 두만강 옆에 땅굴파고 밤에 서던 야간초소 있잖아요. 그거 싹 밀어버렸지요. 철조망이고 북한 쪽은 한심했는데, 회령서부터 남양까지 아마 싹 밀어버렸을 거예요.

소식통에 따르면 홍수가 나기 전에는 회령시 세관과 나루터 일대에 경비대 잠복초소가 보였지만,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철조망도 토사에 묻혔다는 것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29일과 9월 2일 사이에 함경북도 경흥군과 부령군에 각각 320㎜, 290㎜의 폭우가 내렸다고 2일 공개했습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에 따르면 함경북도 온성군과 경성군, 연사군, 양강도 대홍단 등에 150㎜이상의 많은 비가 내려 15명의 실종자가 발생하고, 이재민 4만 4천여 명이 발생했다고 전한바 있습니다.
이 지역은 탈북자들이 두만강을 넘는 주요 탈출 통로로, 국경경비대가 땅굴을 파놓고 밤에 잠복근무를 섰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철조망도 가설되던 곳입니다.

중국 소식통이 제공한 동영상에는 두만강 물이 중국의 한 농촌 마을을 덮쳐 도로가 완전 파괴되고 아름드리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두만강 옆을 따라 설치됐던 철조망도 흔적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처럼 두만강 일대의 국경 봉쇄시설이 파괴되면서, 북한당국의 국경통제가 당분간 차질을 빚을 거라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동남씨는 예상했습니다.
김 씨는 "이번 홍수피해로 국경 경비대의 잠복초와 철조망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되면 탈북자들이 강을 넘기가 쉽지 않겠는가"고 말했습니다.
그는 "파괴된 철조망과 잠복초소를 원상 복구하자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며 "그래서 그런지 북한 내부에서 국경으로 나오는 철도와 자동차 여행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