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부유층, 타인명의 빌려 다주택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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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북한에서 오랫동안 지켜지던 1가구 1주택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남의 명의를 빌려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남포시를 비롯한 큰 도시들에는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신흥 부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의주의 한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1가구 1주택 원칙인데, 돈 있는 사람들은 몰래 집을 여러 채 구입해두고 있다"면서 "아파트를 개조해 되파는 경우도 있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신의주 관문동에 건설되는 13층짜리 아파트도 이미 주인들이 다 정해져 있다"면서 "일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여러 채 사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한 가구가 집 한 채씩 소유해야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이 돈 없는 사람들에게 200~300달러를 주고 명의를 빌려 집을 구매하는 데, 법적으로도 큰 문제없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자본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산업이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서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에 주택매매는 돈주들이 시세차익을 노려볼만한 '황금시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실례로 2010년에 1만5천 달러에 거래되던 신의주 역전동의 2칸짜리 아파트는 현재 3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5년 새에 두 배나 뛰었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들은 몇 채씩 장만해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마당에서는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유통업이 둔화된 반면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 받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부동산 매매가 은밀하지만, 자유롭게 이뤄지는 배경에는 김정은 제1비서가 부동산 투자를 장려했다는 지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제1비서는 "(돈 주들이)건설 분야에 투자하는 돈의 출처를 따지지 말되, 이윤도 최대한 보장해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돈주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되지만, 이를 집행하는 정권기관과 돈주들이 짜고 부동산 투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은 다주택 보유 현상은 신의주와 남포, 함흥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평양시는 예외인 것으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한 평양주민은 "평양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큰 집을 사서 멋있게 꾸려 되파는 현상이 있지만, 한 사람이 몇 채씩 보유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평양에서는 결혼해야 부부가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 있는 사람들은 법기관이 또 어떻게 단속할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를 조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