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산 제품이 북한 장마당을 휩쓸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상품이 북한 장마당을 뒤덮자, 주민들 속에서 경제적 예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 여성은 "장마당 물건의 95%가 중국산으로 뒤덮었고, 우리나라 제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 상인들에게 부탁하면 뭐든 다 구해온다"면서 "10대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습근평(시진핑)이 조선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강택민이 조선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을 빗대어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북한 장마당에는 전기제품에서부터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0%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사차 중국에 나왔다는 중국 화교 류 모 씨도 "북조선에 정전이 너무 심해 220볼트 전기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지금 가정에서는 저전압 직류 전기제품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최근 말했습니다.
이 화교는 "북한 사람들이 전기밥가마, 냉장고, 전기담요도 모두 12볼트로 쓸 수 있게 개조해달라고 중국에 요구하고 있는데, 중국에는 북한에 나가는 제품에 한해 이렇게 개조해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공급되는 전기제품의 전압은 220볼트이지만, 전력공급이 마비되자, 주민들은 자체로 사용가능한 제품으로 바꾸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낮에 12볼트 태양열 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시켰다가 밤에는 조명에 사용하거나, 텔레비전도 보는 등 국가 전력망에서 이탈하는 추세입니다.
중국의 전기업체들은 처음에 북한의 이러한 이색적인 주문제작을 반기지 않았지만, 북한에서 전력난이 지속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의 전기 회사들은 직류 12볼트와 교류 220볼트로 쓸 수 있게 전기제품을 개조하고 있는데, 이렇게 제조된 제품은 원가보다 좀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초봄부터 북한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수력발전소의 저수지 수위가 내려가 가정용 전력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현재 북한이 생산된 전력을 협동농장 탈곡장에 집중하면서 도시 근로자들은 거의 전기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력부족이 내년도 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겨울 난방 문제도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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