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재일본조선인 총연합회(조총련) 허종만 의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8년 만에 평양을 방문하고 일본으로 돌아간 허종만 조총련 의장이 최근 비공식 자리에서 북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최근 허종만 의장을 직접 만난 이 소식통은 "허 의장이 평양 방문시 김정은과의 독대를 바랐지만, 만남은 무산됐고 아무 실권도 없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허종만 의장은 대놓고 김 제1위원장을 비난하진 않았지만, "조국이 변했다"고 탄식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시했다는 겁니다.
'조국이 변했다'는 허 의장의 발언은 김정은 체제 들어 변화된 북한의 겉모습이 아니라, 총련에 대한 김정은 지도부의 관심과 태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표출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허종만 의장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에도 여러 일본 총련계 인사나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한 2006년부터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와 조총련 간부에 대한 재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일본과 북한 정부가 일본인 납치 재조사 문제에 합의하면서 조총련 간부의 방북이 허용됐고, 허종만 의장은 8년 만에 방북 길에 올랐던 겁니다.
이 소식통은 "한덕수 의장이 사망한 다음 조총련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됐고, 세대교체 과정에 사분 오렬될 처지에 놓였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총련 간부들이 북한에 목메는 이유는 '애국심' 하나 때문인데 김정은이 허종만을 만나지 않자, 섭섭함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때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조총련은 급속히 쇠락해져, 최근에는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가 일본 부동산 회사에 매각되는 등 시련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총련의 위상 추락이 북한 최고 지도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라고 일본의 북한 전문가는 평가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은 "김정은과 허의장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은 추락한 조총련의 현재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조총련 간부들은 북한과의 관계를 우려해 김정은 면담 불발에 대해 모호하게 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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