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 전시회 ‘북한 그림’ 정치적 이유로 교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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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최근 유엔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익명으로 출품된 작가들의 그림들을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그림으로 교체 전시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결국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비영리 단체 '아이 아트 인터내셔널'과 유엔 간행물 '사회외교리뷰'가 지난 4일부터 개최한 전시회에서 익명의 북한 청년 작가 4명이 그린 그림 두 점이 전시 마지막날인 11일 내려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 결과, 북한측이1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인근에 있는 '사회외교리뷰' 사무실에 요청해 다른 작품으로 교체 전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한 다른 작품으로 교체 전시되지는 않고, 비록 전시회 마지막날 하루지만 북한 관련 그림 모두가 걸리지 않게 된 것입니다.

'사회외교리뷰'의 글로리아 스타 킨스 편집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와 전자우편을 통해 "유엔 북한대표부 관계자가 익명의 북한 화가들의 작품 두 점이 (북한)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작품으로 교체 전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리아 스타 킨스: 북한 측이 뉴저지 화랑에 있는 북한 정부가 승인한 다른 작품으로 전시회 마지막날인 금요일에 교체 전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북한 그림들은 애초 체제 선전용이 아니고 북한의 승인 없이 익명으로 출품돼 눈길을 끌었었습니다.

원래 전시됐던 작품은 한복을 입은 단아한 여성 그림과 평양을 배경으로 한 모녀가 그려진 그림이었습니다. (아래와 왼쪽 사진)

뉴욕 유엔본부에서 익명이 이름으로 전시됐던 북한 예술가의 작품.
뉴욕 유엔본부에서 익명이 이름으로 전시됐던 북한 예술가의 작품. (사진: 유엔 간행물 '사회외교리뷰')
뉴욕 유엔본부에서 익명이 이름으로 전시됐던 북한 예술가의 작품.
뉴욕 유엔본부에서 익명이 이름으로 전시됐던 북한 예술가의 작품. (사진: 유엔 간행물 '사회외교리뷰')

하지만 ‘사회외교리뷰’에 따르면 유엔 북한대표부측 외교관 두 명이 10일 직접 찾아와 북한 청년 화가 4명이 익명으로 출품한 작품 두 점을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측관계자가 이번 전시회 그림 두 점은 북한의 승인 없이 익명으로 전시돼 부적절하다며 언급하고, 또한 언론 보도로 인해 정치적 물의를 빚을 수 있다며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사회외교리뷰'는 전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자성남 대사의 명의로 된 서한을 '사회외교리뷰'측에 보내 두 그림을 교체 전시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회외교리뷰'의 직원 줄리아 두씨는 북한이 선정한 대체 작품 중 하나는 리용철 작가의 '삶의 풍경'이라는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맨 윗 사진)

'사회외교리뷰'는 유엔 회원국인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시회 마지막날인 11일 익명의 작가 그림을 떼었지만 북측이 요구한 그림으로 교체 전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리아 스타 킨스: 북한 대표부측이 제게 그림을 내려달라고 직접 요구했고 북한으로부터 승인되지 않은 두 점의 그림을 마지막날에 전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측이 요구한 그림을 '아이 아트 인터내셔널'에 보냈지만 교체 전시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문학, 예술작품에 관한 심의는 체제유지와 관련한 문제로 인식돼 각종 전시회에 출품되기 전 사전 검열을 받아야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국제 예술 단체들은 북한은 순수 예술마저도 정치적 이유로 검열한다는 비난을 해왔습니다.

한편, 유엔 북한대표부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이 사실 확인 요청을 위해 전화와 전자우편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