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욕하면서 미국 전자제품에 빠진 북 외교관들...

앵커: 북한 외교관들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총회 기간 내내 휴대폰 등 전자제품은 미국산을 애용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용호: 나는 먼저 4일전에 신성한 이 유엔회의장을 심히 어지럽힌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의 연설에 대해 론평하고 본론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지난 23일 유엔본부 기조 연설에서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맹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 와중에도 북한 대표부에 앉은 북한 외교관들이 미국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조정철 1등 서기관이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북한 대표부 자리에서 직접 일어나 총회장 중앙으로 이동하면서까지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조 서기관이 사진 촬영에 사용한 전자기기는 다름 아닌 미국 애플사의 지능형 손전화기인 아이폰이었습니다. (윗 사진)

조 서기관 등 북한 외교관들이 사용한 미국 제품들은 애플사의 아이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PC, 즉 판형 컴퓨터인 '아이패드', 휴렛팩커드(HP)사의 노트북 등이었습니다. (아래 사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이 미국 전자제품인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휴렛팩커드(HP)사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이 미국 전자제품인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휴렛팩커드(HP)사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RFA PHOTO/이경하)

아울러 리 외무상이 기조연설을 하는 날 북한 대표부를 취재하는 북한 언론매체와 기자는 전혀 없었습니다.

또한 유엔 본부에서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이 모인 종합 보도실(media center)과 유엔 총회 기자석에서도 북한 언론매체와 기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래 사진)

유엔 본부 종합 보도실(media center)에 북한 언론매체와 기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엔 본부 종합 보도실(media center)에 북한 언론매체와 기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RFA PHOTO/이경하)

이와 관련 유엔 공보국의 한 관계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총회에 취재 신청을 한 북한 언론 매체와 북한 기자는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유엔 본부에서 외교전을 치르고 있는 유엔 총회 기간에는 전 세계 190여개국이 자국의 외교활동을 일거수일투족 기록하고 홍보하기 위해 기자단을 수행하는 데 반해 북한측의 행보는 달랐습니다.

이에 따라 조 서기관 등 북한 외교관들이 리 외무상의 기조연설 장면을 직접 촬영에 나서면서 1인2역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도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애용하는 모습이 여러차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