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산품을 많이 생산하라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거듭되는 지시로 북한의 경공업공장들이 새로운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인민들이 국산품을 외면하고 있어 생산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경공업공장들이 생산해낸 제품의 판로가 막혀 당장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주먹구구식 국산장려 운동이 오히려 경공업공장과 외화벌이 기관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28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전국의 주요 식료공장들에서 시작된 판매부진 현상이 피복류를 생산하는 경공업공장들과 외화벌이 기관들까지 번지고 있다"며 "제품의 판로가 막힌 경공업공장들은 당장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만포시 '압록강타이어공장'만 해도 2014년부터 중국산 생고무를 수입해 각종 타이어와 피대, 고무호스, 고무장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군수용 자동차 타이어만 겨우 생산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압록강타이어공장'에서 생산한 고무장갑 하나만 보아도 빨래장갑은 중국 인민폐로 5위안, 어로용 고무장갑은 중국인민폐 12위안으로 중국산 제품들과 같은 값인데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산이 훨씬 더 질기고 오래 쓸 수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30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중국산 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산품의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국산품은 중국 상품이나 개인 장사꾼들이 수공업적으로 만드는 제품들을 따라 갈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산품 중에서도 '려명'이나 '대동강'과 같은 담배들은 중국산 '중남해'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싸지만 장마당에서 잘 팔리고 있다"며 "담배를 제외하고는 중국산 제품들과 경쟁력이 있는 국산품은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겨울철 북한의 경공업공장들에서 내놓은 오리털 동복만 해도 값이 비싼데다 털이 잘 빠지고 손빨래를 하면 속의 털이 한쪽으로 밀리는 특징이 있다며 때문에 주민들은 개인들이 수공업으로 만든 나일론 솜 동복을 많이 찾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혜산기초식품공장에서는 제품이 팔리지 않자 아예 유효기간조차 표기하지 않고 있다"며 "국산품의 원료를 수입해 대주던 양강도 무역국이 큰 손실을 떠안게 되었는데 이건 비단 양강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리한 국산품 애호 운동이 가져온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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