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릿고개’에도 쌀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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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2월은 이른바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시기로 쌀값이 항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당들에서 식량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 해마다 2월과 3월은 봄철 산나물이 돋기 전이어서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굶주림을 겪는 어려운 시기입니다. 장마당에서는 쌀값이 치솟고 누군가가 굶어죽었다는 소식도 연이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이 시기를 '보릿고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보릿고개'가 한창인 시기인데도 장마당에서 쌀값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고 북한의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장마당'에서 26일 입쌀 1kg의 가격은 중국인민폐 3.2위안입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1월까지 혜산장마당에서 입쌀 kg당 중국인민폐 3.5위안이었는데 2월 중순부터 내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질이 좋지 못한 쌀은 kg당 중국인민폐 3위안 아래로 팔리고 있다"고 26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양강도는 감자농사가 기본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쌀이 제일 귀한 고장이라며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 장마당에서 질이 좋은 쌀 1kg에 중국인민폐 3원 20전이면 내륙지대 벼를 심는 고장들은 값이 훨씬 더 눅(쌀)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추정입니다.

이와 관련 25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청진시 수남장마당에서 입쌀은 중국인민폐 3위안이고 통강냉이는 북한 돈 1천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회령이나 무산과 같은 농촌들에서 질 좋은 통강냉이는 많아야 북한 돈 8백원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2월에 쌀값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고난의 행군' 이후 처음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해 가뭄으로 농업부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던 북한 당국의 선전은 장마당의 쌀값을 통해 사실이 아니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의 식량전망과 관련해서도 소식통은 "3월말 정도면 내륙지방들에서는 식량으로 보탤 수 있는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다"며 "벌써부터 개인들이 온실에서 지은 호박과 시금치와 같은 남새(채소)가 나와 식량 절약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앙에서 외부와의 고립을 자초하면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은 그만큼 권력유지를 위한 자신감이 있다는 증거"라며 "그러한 배짱은 인민들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식량이 넉넉하다는 타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