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세포등판’, 잡초등판으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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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세계 최대 규모의 방목지(초지)라고 자랑하는 '세포등판'이 관리부실로 잡초만 무성한 불모지로 전락돼 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세포지구' 목초지가 쓸모없는 잡초벌판으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지적했습니다. '세포등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 11월에 직접 지시를 내린데 따라 시작된 대규모 목초지 조성사업 입니다.

북한은 노동당창건 70돌을 맞는 2015년까지 세계 최대의 방목지를 완성한다는 목표아래 강원도 세포군과 평강군, 이천군 일대 5만여 정보의 땅을 개관(개간)했지만 축사와 살림집건설이 지연되면서 완성 시기를 노동당 7차대회 전으로 수정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올해 4월 15일에 준공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 '세포등판'에는 지금 2만여 마리의 양과 염소, 2천여마리의 젖소와 사슴목장이 있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대형 호텔들과 썰매장, 물놀이장 등이 건설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세포등판은 채 완공되기 전부터 살초제(제초제)에 강한 내구성을 가진 잡초들이 먼저 뿌리를 내리며 자칫 '세계 최대 규모의 쑥대밭'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얼마 전 군사복무를 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 세포군 일대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밝힌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세포등판의 사료작물은 주로 기밀(귀리)과 강냉이와 '세포초'라고 이름 지은 외국의 사료작물"이라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러나 방목장 면적에 비해 관리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살초제에도 살아남는 잡초들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연식 방목장들에는 땅속으로 뿌리가 뻗는 클로버와 '쥐못풀'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잔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3일 국경연선을 방문한 강원도의 한 주민은 "해마다 5월과 7월에 군인들을 동원해 잡초제거를 하지만 잔디를 살려내기엔 역부족"이라며 "답전저수지와 심생저수지 주변에는 독성이 강한 박새풀까지 서식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들 잡초와 가축사료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가축사료로 쓰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잔디가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하게 되면 축산기지로서의 역할은 끝난다"며 "그렇게 되면 세포등판을 대규모 관광지로 꾸려 외화를 벌겠다던 중앙의 계획도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