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농민들, 이번엔 흙깔이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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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농민들은 정말 쉴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새해 '거름생산 전투'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엔 '흙깔이 전투'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 '첫 전투'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을 총동원해 거름생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해 '첫 전투' 기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까지인데 올해 북한은 매 기관기업소 종업원들에게 1톤의 거름생산과제를 주었습니다.

이와 관련 15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부터 우리 농민들에게서 농휴기라는 말은 사라져버리고 1년 열두달 농번기만 남았다"며 "거름생산이 끝나고 좀 숨 돌릴 틈이 있나 했더니 이번엔 '흙깔이 전투'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흙깔이는 부식토에 일정한 거름과 소석회, 구운 진흙, 부엌아궁이 재와 같은 것을 섞어서 논밭에 고루 뿌리는 농사일"이라며 "토양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거름생산의 또 다른 형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협동농장 포전담당제에 따라 개별적 농장원들에게 분배한 논밭은 재배작물에 따라 면적이 다른데 강냉이 밭의 경우 1인당 2.5정보라며 올해 흙깔이 과제는 논밭 1천 평당 부식토와 소석회 1톤씩으로 규정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1정보는 한국의 1헥타르 정도인데 소식통은 "1천 평당 흙깔이용 거름 1톤이면 농장원 1인당 7.5톤의 거름을 생산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밭갈이가 시작되는 4월 20일 전으로 도저히 수행하기 불가능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16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농업근로자동맹 제8차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지시했다"며 "그로 인해 문제점이 많아 한동안 중단되었던 흙깔이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흙깔이의 목적은 산성화된 토양을 개량하자는데 있다"며 "하지만 흙깔이 재료인 부식토에 풀씨가 많이 섞여있어 농사철에 김매기가 어려운데다 또 다른 재료인 소석회는 땔감이 너무 들어 산림훼손이 문제가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러한 문제들로 하여 2천 년대 중반부터 흙깔이를 별로 장려하지 않았다"며 "중앙에서 뜬금없이 흙깔이를 다시 강요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산림 훼손과 김매기의 어려움을 생각이나 하고 이런 지시를 내리는지 궁금하다"고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