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사철을 앞둔 북한의 협동농민들이 당국의 '흑보산비료' 생산과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농민들은 김정은 정권이 '포전담당제'를 실시했지만 "예전에 비해 나아진 게 뭐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밭갈이가 시작되기 전까지 협동농민들에게 1인당 '흑보산비료' 10톤씩 생산하라는 과제를 강제적으로 할당했습니다. 농민들은 "우리가 꼬리 없는 소"냐며 '흑보산비료' 과제에 반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까지 '흑보산비료'를 10톤씩 생산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며 "이런 지시를 내리는 중앙의 일꾼들이 제정신인지 의심이 든다"고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흑보산비료'는 부식토와 거름, 화학비료를 6:3:1의 비율로 섞은 후 발효시켜 만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협동농장들에 화학비료가 들어오지 않았다며 부식토에 거름만 섞은 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던졌습니다.
더욱이 '흑보산비료'는 2개월간 충분히 발효시켜야 하는데 4월 15일까지면 발효할 시간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발효가 안 된 부식토에는 풀씨가 살아 있기 때문에 밭에 풀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역작용이 나타난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때아니게 '흑보산비료' 생산과제가 과도하게 떨어진데 대해 소식통은 "중앙의 간부들도 이 같은 현실을 뻔히 알면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벌려놓은 놀음"이라며 "그 속에서 죽어날 건 우리 농민들밖에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이와 관련 20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양강도는 이제 겨우 눈이 녹기 시작하는데 '흑보산비료'를 생산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이게 모두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가 낳은 비극"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특히 농민들속에서는 '포전담당제'를 실시해 밭까지 떼어주었으면 중앙에서 제발 농사에 개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중앙에서 농민들이 심을 곡종에서 가을걷이 날짜까지 다 정해주는데 이게 무슨 '포전담당제'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포전담당제'가 농민들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조치라는 주장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포전책임제'는 겉으로만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농민들의 자율권을 철저히 얽매는 예속화 정책에 불과하다"고 한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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