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탈북 급증에 보안부 사면초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청소년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청소년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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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의 삼엄한 국경통제에도 불구하고 양강도 혜산시에서만 올해 3월말까지 137세대에 달하는 가족동반 탈북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통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간의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3월 20일 각 도별로 "내 조국의 국경과 해안을 철옹성으로 지키자"라는 내용의 결의대회를 조직하고 대회에서 채택된 '충성의 결의문'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국가보위부가 김정은에게 '충성의 결의문'까지 보내게 된 배경은 올해 혜산시를 비롯한 국경지역 주민들이 가족과 함께 탈북하는 사건이 빈번했던 사정과 연관이 있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인민보안부 내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 소식통은 "3월말까지 양강도 소재지인 혜산시에서만 실종된 가족이 137세대이고 인원으로는 모두 합쳐 357명에 달한다"며 "이 같은 숫자는 혜산시 인민보안부 주민등록과에 집계된 자료"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인민보안부는 중국으로 탈북한 가정세대를 가리켜 '실종가족'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전한 소식통은 "개별적인 날짜로 가족동반 탈북이 제일 많았던 날은 김정은의 생일인 올해 1월 8일로 이날 혜산시에서만 실종된 가족이 41세대에 이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특히 가족동반 탈북이 많았던 원인은 북한당국이 "핵시험(실험) 성공 군민환영대회"와 "군민연환 무도회"를 밤늦게까지 조직하며 국경경비대원들까지 행사장에 끌어내 국경연선의 방비가 아주 허술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국가보위부가 결의대회까지 열어가면서 탈북자 급증을 비판하고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자 인민보안부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며 "국가보위부가 주민들의 탈북에 책임이 있는 인민보안부의 산하 조직을 보위부로 끌어오기 위해 결의대회를 조직했다는 게 보안부 간부들의 생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인민보안부 조직에서 외화벌이 회사와 '109상무'를 빼앗아 낸 국가보위부가 이제는 인민보안부 내무군 조직까지 노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민보안부는 국가보위부의 결의대회를 자신들을 압박하기 위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국가보위부가 결의대회에서 국경과 해안경비를 자처했는데 국경경비대와 해안경비대는 인민보안부 산하 인민내무군 소속"이라며 "국가보위부장 김원홍이 김정은에게 '인민내무군은 국가보위부에 두어야 한다'고 여러 번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