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농업성이 각 협동농장들에 당 대회 전으로 밭갈이를 끝내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입니다. 당 대회를 위해 '적지적기(適地適期)'의 농사원칙을 무시한다며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농업성이 북부 산간지대 협동농장들에 밭갈이를 시작하라고 통지한 것은 4월 20일입니다. 양강도나 함경북도의 산간지역은 겨울철이 길어 아무리 빨라야 4월 25일 지나서 밭갈이를 시작하는 게 상식이라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내각 농업성에서 4월 20일부터 밭갈이를 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당대회 시작 전으로 밭갈이를 모두 끝내라는 것이어서 농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아무리 날씨가 좋다고 해도 농사는 '적지적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말로는 '주체농법'을 떠들면서 밭갈이 날짜까지 원칙 없이 정해 놓고 농사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농업성은 또 기온이 높은 내륙지대 협동농장들에는 당 대회전으로 논의 써레치기를 전부 끝낼 것을 강요해 협동농장 간부들조차 성과주의에 급급한 내각 농업성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28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도 농촌경리위원회에서 각 시, 군 협동농장들의 밭갈이 실적을 매일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밭갈이 경쟁을 붙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김형직군이 49%로 실적이 제일 높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밭갈이를 너무 일찍 끝내면 땅이 굳어져 파종이 어렵고 그렇다고 밭갈이를 끝내자마자 파종을 하면 늦서리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밭갈이를 비롯한 농사는 제철에 맞춰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당국이 떠받드는 주체농법에도 농사의 적지적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밭갈이를 일찍 끝내면 잡초가 더 빨리 자라 6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김매기를 앞당겨야 하는데 중앙에서 왜 농사원칙을 무시하면서 밭갈이를 재촉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농업부문에서 일하는 한 소식통은 "마치 당대회가 끝나면 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들볶는다"면서 "농사도 그래, 건설도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그 후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북한의 '속도전' 몰이를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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