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직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에서 농작물과 산림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민들 속에서 '올해농사는 다 망친 거나 같다'는 탄식이 나오면서 민심이 흉흉하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감자는 땅에 달라붙어 자라지 못하고, 보리는 잎보다 이삭이 먼저 나오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현지 농사형편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보리가 이삭부터 나오는 기현상은 평생 농사만 지어온 노인들도 처음 겪는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주민들은 이러한 현상을 극심한 가뭄 때문이라고 말을 하면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싸여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기 함경북도의 농사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가뭄을 견디지 못해 밭에 내다심은 강냉이 영양단지의 30% 정도가 말라죽었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말라죽은 강냉이 영양단지 모를 교체하는 '보식(補植)' 작업이 협동농장들마다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가을에 높은 수확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살아남은 강냉이들도 키가 20센티에도 못 미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가뭄과 이상 고온으로 북부 산간지대의 농작물들뿐만 아니라 산림까지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한숨을 지었습니다.
8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산림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나무와 이깔나무가 송충의 번식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송충으로 하여 산이 통째로 누렇게 죽어가고 있음에도 중앙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도 "날씨가 때 이르게 더워지면서 일부 협동농장들이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올해는 겨울추위가 약해 감자무당벌레와 강냉이대벌레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겨울에 추위가 강할수록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들이 많이 얼어 죽는데 올 겨울은 그렇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식량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 고장 농사를 망치면 아무리 국가적인 농사가 잘 됐다 해도 지역 주민들에겐 도움이 되지 못 한다"며 현 농사작황에 실망한 산간지대 주민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하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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