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사회가 공장기업소 일체제와 조직생활 중심제에서 인민반 중심제로 빠르게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동원이나 과제수행, 주민통제가 인민반을 단위로 이루어지면서 인민반장들의 권한이 강화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민주적 선출 제도가 인민반장 선출제였습니다. 동네주민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인민반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인민반장 선출제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소식통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9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인민반장은 동네 심부름꾼으로 인식돼 누구나 외면하는 자리였다"며 "그러나 요즘의 인민반장 자리는 경쟁이 하도 치열해 웬만한 사람은 감히 생각도 못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시대까지 인민반장은 누구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평가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인민반장이 하는 일은 동사무소의 지시에 따라 인민반회의를 조직하고 매 가정세대들에 부과된 사회적 과제를 받아내는 것이 전부였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기존에는 사회적 과제가 너무도 많아 이를 받아내는 인민반장들은 늘 동네주민들과 싸워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 동원이 전부 인민반을 통해 조직되면서 인민반장이 직접 지시하고 작업량까지 할당해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12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전에 있던 인민반장이 남편의 직위조동으로 얼마 전 이사를 갔다"며 "새로 인민반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는데 동네 아낙네들끼리 큰 싸움이 일어나 도 보안국(경찰서) 기동타격대까지 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새로 선출된 인민반장은 남편이 과거 법적 처벌을 받은 문제로 동사무소가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며 "동사무소는 자신들이 내세운 시 인민위원회 경리과장의 아내를 인민반장으로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의 시세가 이렇게 높아진 것은 인민반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적 과제가 내려지기 때문"이라며 "공장기업소의 80%가 생산을 못하는데다 종업원들도 출근을 하지 않아 사회적 동원을 인민반이 맡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인민반을 통해 사회전반이 관리되면서 인민반장의 권한은 협동농장 작업반장만큼 높아지고 먹을알도 많아졌다"며 "생산을 못하는 공장기업소나 행정권한이 없는 인민위원회 간부보다 인민반장이 훨씬 힘이 있는 간부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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