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교, 상납 안 하면 중국방문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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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중국을 방문하려는 화교들에게 과도한 현물상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납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약속을 어길 경우 여권 발급을 거부하는 등 보복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방문하는 화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상납 요구가 황당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화교사회에서는 이러다 우리도 (조)총련 귀국자들과 같은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이젠 세관쟁이(세관원)들도 화교들을 통해 특별히 이득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화교들이 나라에서 요구하는 것도 들어주기 어려워 세관원의 부탁 같은 건 '먼 산에서 개 짖는 소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큰 장사를 하는 화교나 사사여행자들에게 중앙에서 요구하는 물자가 너무도 많아 중국에 드나드는데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며 "중앙의 요구를 다 들어주자면 장사밑천까지 털어놔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간혹 문제가 생겨 중앙에 한 약속을 어기게 될 경우 도 보위국 외사과에서 여행비자(여권)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며 "국가에 이득을 줄 능력이 안 되면 화교들도 사사여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 중앙의 요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장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게 화교들의 일치된 목소리"라며 "요즘은 조(북)·중관계도 좋지 않아 이대로 가다간 자칫 총련 귀국자들의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화교들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한 화교 소식통은 "여권을 떼는 조건으로 도 체육관에 설치할 운동(헬스)기구를 마련해 주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운동기구의 값을 다 계산해 보니 최소한 인민폐로 5만 위안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한두 번도 아니고 중국에 올 때마다 이런 부탁을 하니 본전도 유지하지 못한다"며 "2014년까지 중국 인민폐 40만 위안을 장사밑천으로 모았는데 지금은 중앙의 현물요구를 들어주느라 밑천이 20만 위안으로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중국으로 나오기 전에 중앙에 바쳐야 할 현물을 미리 지정해 준다"며 "건설에 필요한 다유리(타일) 5백 평을 현물로 바친 적도 있고, 20kg짜리 복합비료 2톤을 요구해 한꺼번에 인민폐 7만 위안의 장사밑천을 날리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