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1월 24일 북한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조선으로 끌려갔다가 공화국으로 돌아왔다"며 기자회견을 했던 탈북자 고경희씨가 재탈북을 시도하다 체포되면서 그가 살던 양강도 혜산시에 검거선풍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행사를 치룬 다음날인 7월 9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 국가보위부 검열대가 들이닥쳤습니다. 갑작스런 보위부의 검열을 놓고 혜산시 주민들은 고경희 씨의 재탈북 시도 사건과 연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 사망(7월8일)일 행사 때문에 워낙 경계가 심했는데 행사를 치룬 다음날에 갑자기 국가보위부 검열대가 들이닥쳤다"며 "이번 보위부 검열은 남조선으로 탈북했다가 다시 돌아왔다던 그 여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조선에서 돌아왔다는 그 여성'은 지난 1월 24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출연해 "남조선 괴뢰들에게 끌려갔다가 공화국의 품으로 자진 입북했다"며 "조국 앞에 지은 죄를 씻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고경희(39)씨임이 여러 소식통들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2011년 3월에 양강도 혜산시에서 탈북 해 한국에 입국한 고경희 씨는 남아있는 자식들을 데려오기 위해 지난해 말, 중국변방도시 장백현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북한보위부에 의해 유인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회견 후 북한 당국의 용서를 받고 양강도 혜산청년광산에 배치된 고 씨는 어머니와 함께 혜산시 강구동에 살던 중 7월 6일, '토요행사(학습, 강연회)'로 국경경비가 소홀해진 틈을 타 다시 탈북을 시도하다가 국가보위부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한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고경희가 다시 탈북을 하려다 체포됐다는 사실은 국가보위부의 검열이 시작되면서 밝혀졌다"며 "고경희의 친척들과 주변에 있던 인물들을 비롯해 숱한 사람들이 보위부에 구금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 사망 추모행사에 혼란을 줄 우려 때문에 고경희 사건에 대해 일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추모행사가 끝난 직후 국가보위부 검열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검거선풍에 나섰다는 것이 그의 얘기입니다.
한편 고경희 씨가 재 탈북을 시도하다 국가보위부에 체포됐다는 소식은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인 '북한개혁방송'이 7월 9일, 복수의 북한 내부소식통들을 인용해 처음 보도하면서 한국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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