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주요 국가기관, 공장기업소들에 의무적으로 종이분쇄기(파쇄기)를 도입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개인과 공공기관들은 컴퓨터들에 장착된 DVD-ROM과 USB단자를 비롯해 각종 장치의 복사기능도 없애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기밀자료 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기관, 일반 공장기업소들까지 종이분쇄기를 도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관기업소들과 개인들이 보유한 컴퓨터들은 알판복사장치(CD-ROM)와 USB 단자들을 모두 떼어낸 상태에서 해당기관에 다시 등록하도록 조치했다고 여러 북한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8월 1일부터 비밀문서 유출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가 시행된다"며 "새로운 조치에 따라 공장기업소들은 종이분쇄기를 도입해야 하고 컴퓨터에 달린 복사장치들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매 공장기업소 초급당위원회들은 이러한 조치들을 제대로 집행했는지에 대해 해당 시, 군, 당 조직들에 8월 20일까지 보고를 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은 "이번에 시행되는 조치는 우리 내부의 비밀자료들이 적들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애초에 비밀자료들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통로들을 미리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대부분의 문건들을 손 글씨로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 실수한 문서들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져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며 개인이나 공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 역시 비밀자료 유출의 근원으로 되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비밀유출을 막기 위해서 버려지는 각종 문서들은 종이분쇄기로 완전히 파기하라는 것이라며 컴퓨터 역시 비밀유출의 근원인 알판(CD, DVD)과 USB 복사장치들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당국의 의도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양강도 소식통은 "그런 방법으로 과연 비밀유출을 막아 낼 수 있겠느냐?"며 "정작 비밀을 빼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간단히 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에서는 국가기관이나 공장기업소들마다 자체로 종이분쇄기를 구입해 놓으라고 지시했다"며 "그런데 사무실만 몇 백개씩 되는 기관들은 무슨 돈으로 그 많은 사무실들에 종이 분쇄기를 사놓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지금은 몰래 노트컴(노트북)을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 복사장치들을 없애라는 조치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그런 조치가 내리면 오히려 불법 노트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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